서안등 인신매매 성행…강제조혼 풍습도 영향
엄격한 이슬람 사회이자 61년째 독립투쟁을 벌이고 있는 팔레스타인에서도 여성들이 성매매에 내몰리고 있다.
팔레스타인 온라인 독립매체인 <팔레스타인뉴스네트워크>는 9일 팔레스타인의 비정부기구인 ‘사와’(SAWA: 모든여성이 함께하는 오늘과 내일)가 이 지역 성매매 실태에 관한 최초의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전했다.
유엔여성개발기금(UNIFEM)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은 물론, 강경 무장 정파인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까지 인신매매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팔레스타인 여성뿐 아니라 이스라엘로 팔려온 동유럽 출신 여성들도 서안지구로 흘러들어와 지정된 아파트에 집단거주하며 성매매에 종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는 특히 라말라, 예루살렘 등 팔레스타인 도시 지역에는 섹스를 포함한 이른바 ‘더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합법적 등록 호텔과 세탁업체로 위장한 사창 건물들이 상당수 있다고 폭로했다.
사와가 인터뷰한 대상에는 현재 성매매 종사 여성들뿐 아니라, 여러 채의 아파트를 소유한 채 포주로 활동하는 40~50대의 전직 ‘여성’들도 포함돼 있다. 적어도 20~30년 전부터 팔레스타인에서도 성매매가 은밀하게 성행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성매수 남성들은 젊은이나 택시 운전사에서부터, 변호사, 호텔 지배인, 경찰관 등 다양했다.
이슬람법에서 성폭력·간통 등 성범죄는 알라(신)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해, 신성모독, 살인, 절도 등과 함께 극형을 피하기 힘든 중범죄다. 여기에는 여성을 사회공동체 전체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자 자산으로 보는 종교·역사적 관념이 깔려있다.
보고서는 팔레스타인의 성매매 역시 세계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빈곤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성폭행이나 강제조혼 풍습에서 비롯한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강제조혼을 피해 도망친 여성들이나 강제조혼 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적잖다는 것이다.
‘사와’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성매매를 성폭력으로 규정하는 법을 제정하고 성매매여성들을 위한 피난처(자활시설)를 설립하라고 촉구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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