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대로 움직이는 로봇손
EU 연구팀, 기술개발 성공
EU 연구팀, 기술개발 성공
“진짜 손처럼 느껴져요. 잘려진 내 팔이 다시 자라난 것 같습니다.”
피에르파올로 페트루치엘로(26·이탈리아)는 지난해 교통사고로 왼팔 팔꿈치 아래를 절단했다. 그는 그러나 자기 팔에 붙어있지도 않은 인공 손을 마음 먹은대로 움직이고 촉감까지 느끼는데 성공했다고 유럽 의료·과학자들이 2일 밝혔다.
유럽연합(EU)으로부터 200만 유로(약 354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라이프 핸드(생체 손) 프로젝트 팀’은 지난해 페트루치엘로의 잘린 팔꿈치에 남아있는 신경에 전극봉을 이식하는 미세수술을 한 뒤, 머리카락 굵기의 가는 전선으로 인공 로봇손과 연결했다. 놀랍게도, 페트루치엘로는 실험 기간인 한 달 동안 자신이 마음 먹은대로 주먹을 쥐거나 펴고, 손가락을 따로따로 움직이는 등 다양한 동작을 해냈다. 로봇 손이 두뇌의 명령대로 움직인 것이다. 전극봉과 인체 신경망을 연결하는 실험이 한 달이나 지속된 것은 처음인데다, 인공손이 뇌가 명령한 동작을 95%나 정확히 수행해 낸 것도 획기적인 진전이다.
연구팀 책임자인 파올로 마리아 로시니 교수는 “환자가 인공 보철물을 움직이기 위한 근육을 쓰기 위해 별도의 학습을 할 필요가 없다. 실제 자기 손에 보내던 것처럼 로봇 손에 메시지(생각)를 보내기만 하면 된다”고 밝혔다. 관련 전문가들은 <에이피>(AP) 통신에 “이번 실험은 인체의 신경시스템과 인공 보철 팔을 연결하는 실용가능한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데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클리블랜드에 있는 브이에이(VA) 의학센터의 더스틴 타일러 교수(생의학)는 “앞으로 중요한 과제은 이식한 전극의 가용 기간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체의 신경신호와 로봇손의 디지털 신호를 변환해주는 장치를 최대한 소형화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한편 연구팀은 인체에 로봇 손과 같은 인공신체를 직접 연결하는 ‘스마트 핸드 프로젝트’도 이미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사진 AP 연합
한편 연구팀은 인체에 로봇 손과 같은 인공신체를 직접 연결하는 ‘스마트 핸드 프로젝트’도 이미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사진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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