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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오바마의 미군’도 아프간 포로학대 파문

등록 2009-11-29 21:07수정 2009-11-29 23:16

10대 수감자들 옷 벗긴채 사진 찍고 안재우며 구타
포르노와 엄마 사진 나란히 놓고 쳐다보도록 강요
피해자 “차라리 죽여달라 했지만 죽이지도 않았다”
인권을 강조하는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기지에선 무고한 수감자들에 대한 학대 행위가 그치지 않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라 파문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스> 등 미국 유력언론들은 28일 이사 모하마드(17·야채상)와 압둘 라시드(16·목수)라는 2명의 아프간 청소년이 카불 북쪽의 바그람 미군 기지에서 구타, 발가벗긴채 사진찍기, 잠안재우기, 비좁은 독방 감금 등의 학대를 받았다는 내용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신문들은 “이들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은 전임 조지 부시 정부가 승인했던 가혹한 심문기법을 없애겠다고 공언한 오바마 정부 들어서도 수감자 학대가 지속돼왔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들의 주장이 지난해 이 곳에 수감됐다가 비슷한 학대행위를 받았다고 폭로한 적이 있는 다른 2명의 아프간인의 진술과도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모두 무혐의로 풀려났다.

 아프간 10대들은 ‘비밀 감옥’(black jail)으로 알려진 바그람 수용시설에서 탈레반과의 연계 혐의를 추궁받는 과정에서, 미군 조사관들이 얼굴을 주먹이나 손바닥으로 때리고, 발가벗긴 채 온 몸을 만지며 낄낄거렸을 뿐 아니라, 포르노 동영상과 잡지를 어머니의 사진과 나란히 놓고 쳐다보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라시드는 “그저 울고 또 울었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힘든 시간이었다”며 “차라리 죽여달라고 했지만 죽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체포됐다가 최근 무혐의로 풀려난 부족 원로 말리크 모하마드 하산과 전직 교사인 모하마드 무크타르도 수감 당시의 끔찍했던 경험을 “누구라도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짐승 취급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정부가 군 수감시설의 수용자 구금 기간을 최장 2주일로 제한한 규정도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5개월 보름 동안 불법구금돼있다가 지난달에 무혐의로 풀려난 하미둘라는 “블랙제일은 가장 위험하고 공포스런 곳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국제적십자 직원을 포함한 모든 민간인과의 접촉이 차단됐고, 시간을 알 수 없어 언제 기도를 해야 할지도 몰랐다”며 “창문도 없는 콘크리트 독방에서 하루에 두 차례씩 실시된 조사 과정이 그나마 사람과의 유일한 접촉이었다”고 돌이켰다. 부시 정부 시절에 붙잡힌 또다른 수감자는 무려 2년4개월 동안이나 감금돼있다가 결국 무혐의로 풀려났다.

 이른바 ‘비밀 감옥’은 현재 700여명이 갇혀있는 바그람 미군기지내 공식 수감시설과는 별개로 미군 특수작전 부대가 운용하는 시설로 보이며, 국제적십자사도 어떤 사람들이 수감돼있는지 모를만큼 극도의 보안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의 마크 라이트 대변인은 “군은 수감자들의 개별적인 주장에 일일히 해명하지 않는다”며 “모든 수감자들은 제네바 협약과 미국 법에 따른 인도주의적 처우를 받는다”고 밝혔다. 바그람 기지의 지휘관인 존 개러티 대령도 “지금은 가혹 한 대우가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아프간 주둔 연합군은 2010년 1월28일 런던에서 아프간 출구전략을 논의하는 국제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28일 밝혔다. 런던 회의에는 아프간 파병 43개국 대표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반기문 사무총장 등이 참석해 아프간 주둔군의 철수 수순과 일정, 아프간 치안 안정 대책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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