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만년설과 얼음으로 가득 찼던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산의 분화구에 녹다가 남은 얼음절벽 조각이 탑처럼 외롭게 서있다. 킬리만자로 정상의 만년설은 최근 수십년새 급속히 녹아내리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 제공, AFP 연합뉴스
7년새 얼음층 25% 사라져
13~24년 이후엔 소멸 전망
온난화-습도변동 원인 갈려
13~24년 이후엔 소멸 전망
온난화-습도변동 원인 갈려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한 가수는 자신의 노래에서 이렇게 읊었다.
헤밍웨이 소설의 영감의 원천이기도 했던 킬리만자로, 그곳에서 머잖아 그 표범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 정상의 만년설이 급속히 녹아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의 기후변화 연구팀은 3일 발간된 국립과학아카데미 보고서에서 “2007년 현재 킬리만자로 정상의 만년설 가운데 1912년 최초 측정 당시 면적의 85%가 이미 녹아 없어졌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다. 특히 21세기 들어 융해가 가속화해 2000년부터 2007년까지 7년 새 얼음층 면적의 4분의 1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에 킬리만자로 북벽 얼음층은 1.9m, 남벽 얼음층은 5.1m나 엷어졌다.
연구팀 책임자인 로니 톰슨 교수는 2000년에 얼음층 표본을 분석한 결과 겉표면에서 기포층을 발견한 바 있다. 동결과 해빙이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13~24년 뒤에는 1만1700년이나 지속돼온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풍경은 완전히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사정은 아프리카 제2봉 케냐 산과 제3봉 르웬조리 산도 마찬가지다. 톰슨 교수는 “이런 현상은 지표면 부근의 기온 상승과 열대성 대류권역의 확대로 어느 정도 설명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학의 게오르게 카저 교수는 “고산지대 해빙은 지구온난화보다는 대기 습도 변동과 더 관련이 크다”고 반론을 편다. 고산지대 얼음층은 장구한 세월에 걸쳐 동결과 해빙을 반복해왔으며, 최근에는 눈이 녹아내린 물의 증발 속도가 오히려 느려졌다는 것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