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촌 중지뒤 협상’서 ‘무조건 협상 재개’로 바꿔
팔레스타인 “미-이 뒷거래로 폭발 직전” 반발
팔레스타인 “미-이 뒷거래로 폭발 직전” 반발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에 대해 미국이 ‘무조건 중단’에서 ‘협상 우선’으로 정책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 중동 화약고에 ‘물 대신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즉각 환영했고, 팔레스타인과 아랍연맹은 중동평화협상 가능성이 사라졌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동을 순방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30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협상에 전제조건이 있었던 적이 없으며, 정착촌 동결 문제도 항상 협상 사안이었다”고 말했다고 <알자지라> 통신 등이 2일 전했다. 그는 지난 31일에는 팔레스타인에 ‘무조건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미국이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이스라엘에 정착촌 전면 중단을 강도 높게 압박해온 그동안의 태도를 180도 뒤집은 것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변인은 1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뒷거래로 이 지역은 화산 폭발 직전”이라며 “우리는 모든 정착촌 건설이 중단된 이후에만 회담을 재개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미국의 정책 변화 조짐은 지난 9월 오바마 대통령,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백악관에서 한 3자회동에서 감지됐다. 당시 오바마는 “이-팔 평화협상이 정착촌 동결 문제에 종속되어선 안 된다”고 한발 물러서면서, 정착촌 해법도 ‘동결’이 아닌 ‘억제’로 표현을 바꿨다. 클린턴 장관은 2일 모로코에서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담을 열 계획이지만, 아랍 국가들을 설득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쪽도 내년 초 총선을 앞두고 평화협상 재개라는 정치적 성과와 유권자들의 반미·반이스라엘 감정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해야 할 처지가 됐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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