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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콜럼버스의 굴욕

등록 2009-10-13 09:14

콜럼버스 초상화(왼쪽)와 콜럼버스 일행이 에스파냐의 팔로스항에서 출항하는 모습(오른쪽).
콜럼버스 초상화(왼쪽)와 콜럼버스 일행이 에스파냐의 팔로스항에서 출항하는 모습(오른쪽).
미 영웅→악당 재해석 ‘위상 추락’
초등생 모의재판서 무기징역 선고
지난주 미국 플로리다주 탐파의 한 유치원. 어린이들이 교실 안에서 모형 돛단배에 올라타 신세계로 상상 여행을 떠나면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초상화를 역사 연표에 붙이는 놀이공부를 했다.

이 유치원의 아이들은 흔히 묘사되는 탐험가 콜럼버스의 면모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유치원 교사는 “콜럼버스가 자신이 도착한 곳이 어디인지도 몰랐던 상황, 그리고 그가 얼마나 비열하고 두목 행세를 했는지에 대해 말해준다”고 밝혔다.

10월12일은 미국의 국경일인 ‘컬럼버스의 날’(10월 두번째 월요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년새 미국의 교실에서 콜럼버스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으며, 앞으로 미국 내 많은 지역에서 이 날을 ‘기념’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텍사스주 에이앤엠(A&M) 대학의 제임스 크라흐트 학장은 “(콜럼버스와 관련한) 모든 용어가 변했고, 사람들은 더이상 ‘발견’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며 “이미 원주민이 있었는데 어떻게 아메리카를 발견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텍사스주에선 초등 5학년 때부터 ‘콜럼버스의 교환’을 배우기 시작한다. 1492년 콜럼버스가 지금의 바하마제도의 한 섬에 도착한 이후 대서양을 오간 광범위한 교류를 일컫는 말로, 여기에는 황금과 곡식 같은 재화 뿐 아니라 유럽에서 옮겨와 원주민 인구를 격감시킨 질병들도 포함된다.

펜실베이니아주 포트체리 초등학교의 4학년생들은 올해 콜럼버스에 대한 모의재판며 에서 스페인 왕실을 빙자한 절도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하기도 했다.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균형잡힌 교육이 ‘개척 영웅 콜럼버스’라는 허상 속에 가려졌던 어두운 진실까지 보게 한 셈이다.

콜럼버스에 대한 평가는 지역이나 학년, 학급별로 다양하다. 특히 아메리카 원주민이 많은 지역에서는 이 날을 휴일로 정할지가 민감한 사안이다. 크라흐트 학장은 1960~70년대에 등장한 다문화주의와 1992년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상륙 500주년을 계기로 많은 미국인들이 당시 타이노 원주민들이 겪은 잔학행위에 대해 연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콜럼버스와 관련한 저작들로 유명한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는 “모든 영웅은 누군가에겐 악당”이라며 “영웅스러움과 극악함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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