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와 러시아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레이더 기지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서로 외교관을 추방하고 있다.
러시아는 18일 체코 외교관 2명을 스파이 활동을 이유로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 추방령을 내렸다. 전날 체코도 프라하 주재 러시아 대사관의 무관 등 2명에 대해 똑같은 조처를 내렸다.
체코 외무부는 이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으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체코의 도발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고 <리아노보스티통신>이 보도했다.
최근 몇달 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에스토니아, 영국과 외교관 맞추방 사태를 겪었지만, 이번 사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 레이더 기지와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체코 정부는 러시아 외교관들이 러시아 대외정보국(FIS)를 위해 일하면서 레이더 기지에 관한 체코 내 여론에 영향을 미칠 행동을 했다고 비난해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조지 부시 전 행정부가 추진해온 동유럽 미사일방어계획에 대한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러시아가 이란 핵문제와 미사일개발 문제 해결에 기여하면 계획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이 사안이 거래의 대상이 아니며, 미국이 미사일방어 체제 배치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동유럽을 겨냥하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재배치할 것이라고 위협해 왔다.
체코와 폴란드는 안보상의 이유보다는 미국과의 관계라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국내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방어 계획을 추진해 왔다. 체코에서는 최근 미렉 토볼라넥 총리 정부가 물러나고 얀스 피셔 총리가 이끄는 과도내각이 들어서는 등 정국이 불안한 상황에서 레이더 기지 설치 문제는 최대의 국론 분열의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68%의 체코 국민들은 레이더 기지를 불필요한 도발로 보고 설치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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