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의원, 미얀마 군부지도자 면담…수치와도 40분간
미국이 억류 미국인 석방을 적성국가와의 외교접촉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16일 가택연금중인 아웅산 수치(64)의 집을 침입한 혐의로 붙잡혀 7년 노동구금형을 선고받았던 미국인 존 윌리엄 예타우(53)를 국외추방 형식으로 석방했다. 예타우는 라오스를 통해 미얀마를 방문했던 짐 웹 의원과 함께 이날 미얀마를 떠나 타이 방콕에 도착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 위원장인 웹 의원은 양곤을 떠나기 앞서 “예타우가 한 행동에 대해 사과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미얀마 당국이 예타우를 인도적 차원에서 가족들의 품에 돌려보내준 것은 선의의 제스처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웹 의원은 미얀마 군사정부를 고립시키는 정책을 비판하면서 미얀마와의 ‘새로운 포용정책’을 촉구해 왔다. 예타우는 지난 5월 호숫가에 위치한 수치의 집에 헤엄쳐 들어가 이틀간 머문 뒤 체포됐으며, 미얀마 군사정부는 이를 이유로 수치의 가택연금을 18개월 연장했다.
미국 국무부 관리들은 웹 의원의 방문은 개별적인 것이며 행정부의 메시지를 들고 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웹 의원은 국무부에서 사전 브리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드 래시 국무부 대변인은 예타우의 석방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 “국가적 화해와 포괄적 정치 대화 과정을 시작하기 위해 아웅산 수치와 2100명 이상의 정치범들을 무조건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웹 의원은 미국 고위 인사로는 처음으로 미얀마 군정의 최고통치기관인 국가평화발전위원회의 탄 슈웨 의장, 총리인 테인 세인 장군과 회담했으며, 양곤에서 수치 여사와도 40여분간 면담을 했다. 미얀마 군사정부가 구금된 미국인을 석방하고 수치와의 면담을 허용한 것은 가택연금 연장 조처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을 무마하기 위한 조처로 분석된다.
이번 조처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미얀마 금수 조처 등 경제제재 완화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조지타운대학의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교수는 “이번 조처가 재포용정책의 시범적 과정의 일환”이라면서도 “그러나 그 결과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날지는 또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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