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65) 유엔 사무총장
WSJ “북한 등 인권 언급않고 개성 없어”
반 유엔총장 “말보단 결과로 평가받겠다”
반 유엔총장 “말보단 결과로 평가받겠다”
‘유엔의 보이지 않는 사람’이란 달갑지 않은 별명이 첫 임기 5년의 절반 고개를 넘은 반기문(65·사진) 유엔 사무총장을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다. 반 총장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미국 일부 인사들이 동양의 미덕인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을 강조하며, 조용한 막후 외교활동을 펴온 반 총장의 지도력을 깎아내리는 평가다.
미국의 보수적 신문인 <월스트리트 저널>은 14일 반 총장의 임기 절반을 평가한 ‘유엔의 보이지 않는 사람’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반 총장을 ‘저자세, 겸손’으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신문은 “반 총장의 측근들이 그를 조용한 외교의 달인으로 묘사하면서 유엔 평화유지군을 수단에 배치시키고 기후변화 문제를 세계 지도자들의 화두로 올린 점 등 그의 역할이 컸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 성과는 미미했다”고 주장했다. 반 총장이 2007년 취임 당시 유엔 개혁을 추진했지만, 유엔의 게으른 문화를 바꾸지도 못했고, 북한이나 수단, 짐바브웨 등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는 일부의 불만을 전하기도 했다. 신문은 또 반 총장이 유엔 분담금과 평화유지군 부담금을 체납한 미국을 “게으른 기부자”라고 비난한 데 대해서도 못마땅한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신문은 반 총장이 강력한 개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네오콘의 대명사인 존 볼턴 전 유엔대사는 “미국은 회원국들의 이익과 맞서는 활동가나 강력한 사무총장을 원하지 않았다”며 “부시 행정부는 그런 점을 반 총장에서 발견했다”고 말해, 반 총장 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앞서 미국의 격월간 외교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가 지난달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 반기문은 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한국인인가’라는 글을 게재하는 등 서구 언론의 ‘반기문 때리기’가 잇따르고 있다.
반 총장은 앞서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불리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대중적 인식을 불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나는 강한 수사를 앞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결과를 보다 중시한다”며 결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나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게 될 것”을 희망하면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바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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