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전 이식받은 심장 제거뒤 39개월째 정상박동
2개의 심장을 가졌던 소녀가 의료사에서 기적의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두 살 때 심장질환으로 보조심장을 이식받았던 영국 소녀 한나 클라크(16)가 기증받은 심장을 제거한 뒤 3년3개월째 양호한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의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고 14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전했다.
한나는 지난 16년 동안 여러번 생사를 넘나들었다. 생후 첫돌 즈음에 심장에 치명적 이상이 발견된 한나는 1년 뒤인 1995년에 5개월 된 신생아의 심장을 이식받았다. 이후 10여년 동안 한나는 실제 심박운동을 하는 새 심장과, 새 심장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무용지물인 자신의 심장을 한 몸에 지닌 ‘2개의 심장을 가진 소녀’로 살아왔다. 그러나 한나의 몸은 타인의 장기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면역체계의 거부반응이 심해진 것이다. 거부반응을 진정시키는 약물요법은 암을 불러왔다. 의료진은 약물을 바꾸고 화학요법을 병행했으나 암은 끊임없이 재발했다. 의료진은 할 수 없이 약물 투여량을 줄였지만, 이번에는 이식 심장의 기능이 현저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대수술과 엄청난 분량의 약으로 연명해온 생명의 마지막 불꽃이 꺼지려는 순간, 기적이 찾아왔다. 10년 동안 잠자고 있던 한나의 심장이 스스로 뛰기 시작한 것이다. 2006년 2월, 의료진은 생명을 건 결정을 내렸다. 면역체계 교란을 중지시키기 위해 이식심장을 제거하기로 한 것이다.
한나는 당시 중환자 수술실에서 깨어난 뒤 “오랫동안 몸 안에 있던 두번째 심장이 갑자기 사라져서 가슴이 텅 빈 느낌”이라면서도, “지금까지도 참 행복했다”며 고마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39개월 동안 한나의 심장은 씩씩하게 뛰고 있다. 의료진은 한나의 임상사례를 세계에서 유일한 것으로 보고 의학전문지 <랜싯 저널>에 발표하기로 했다.
14년 전 한나의 심장이식 수술을 집도했던 마그디 야쿠브 박사는 “원래의 심장이 박동을 돕는 새 심장과 연결된 이후 전혀 퇴화하지 않다가 현재 정상적으로 뛰고 있다”면서 “신생아 때부터 문제가 있던 심장이 제 기능을 회복한 것은 마법 같은 일”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