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식 공격 선언
단검이냐, 강철그물이냐.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6일 미군의 헬만드 지역 대공세에 맞서 본격적인 게릴라식 진지전을 선언했다.
아프간 주둔 미군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새로운 아프간 전략에 따라 지난 2일 해병대 4000여명과 아프간 정부군 650여명을 탈레반의 핵심 본거지인 헬만드주에 전격 투입했다. 파슈툰어로 ‘칸자르’(단검)로 명명된 이번 작전은 2001년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한 이래 최대 규모다.
탈레반 대변인 유수프 아마디는 6일 <아에프페>(AFP) 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침략군의 ‘칸자르’에 맞서 우리도 ‘폴라디 잘’(강철 그물) 작전을 개시했다”며 “단검이 강철그물에 갇혀 옴쭉달싹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선에 나서지 않고 지뢰와 게릴라 공격으로 적들을 치겠다”며 “침략자들이 다시는 우리 영토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교훈을 주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탈레반은 아프간 남부에만 1만~1만8천명 정도의 병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미군 해병대는 헬만드 지역에 진입한 지 엿새째인 7일까지 변변한 전투를 치러보지도 못한 채 열악한 기후의 산악지대에서 적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처지다.
현대식 정규전이 통하지 않는 아프간 전선에서, 주민들의 민심이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아프간 남부군 사령관 모하마드 자자이는 “우리가 가는 대부분 지역에서 적은 보이지 않고 도로매설 폭탄이 유일한 위협”이라며 “주민들이 우리 편에 서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우리 전사들은 주민 출신이고 주민들과 함께 있다”며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을 타격하고 주민들 속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헬만드 출신의 가파리 의원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과거에도 외국군이든 정부군이든 이 곳을 소탕한 지 24시간도 못돼 철수하면서 탈레반 복귀 방지를 구실로 마을을 초토화했다”며, “주민들은 연합군의 이번 작전도 과거 행태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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