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과학적 진보 두려워 하지 말아야”
비밀문서고 관리주교 갈릴레이 재판 공개
비밀문서고 관리주교 갈릴레이 재판 공개
“교회는 과학적 진보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바티칸의 비밀문서고 관리장인 세르지오 파가노 주교가 2일 “오늘날 교회와 바티칸은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로부터 배우고 과학에 대한 소심함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17세기 천문학자 갈릴레이에 대한 종교재판 자료의 일부를 새롭게 공개하는 기자회견에서다.
이는 로마 가톨릭 교황청의 고위 성직자가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과학에 대한 바티칸의 교조주의적 배척을 반성하고 전향적 태도를 주문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갈릴레이는 1633년 성서 기록과 반대되는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이단으로 고발돼 종교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으며, 199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360년 만에 공식 복권됐다.
파가노 주교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성서를 읽을 때 신중해야 하며 과학적 의문도 함께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나는 줄기세포와 우생학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있다”며 “이런 분야의 과학적 연구들이 코페르니쿠스 이론에 적용했던 것과 같은 선입견으로 비난받고 있다는 인상을 가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회 지도자들과 바티칸 관리들이 과학적 발전들에 대해 대처할 때 “더 공부하고, 더 신중하게 사안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파가노 주교는 “갈릴레이 재판 사건은 과학이 교회를 가르칠 수 있다고 자만하지 말 것과, 동시에 교회가 더욱 큰 겸손함과 신중함으로 과학적 문제에 접근하라고 가르친다”고 해석했다.
파가노 주교는 갈릴레이의 종교재판 최후 진술도 공개했다. 갈릴레이는 유죄평결 직후 심판관들에게 “두 가지를 청구합니다. 하나는 나의 정직한 믿음이고, 또 하나는 가톨릭 신앙입니다”고 말해, 과학적 신념과 종교적 신앙을 모두 인정해 주기를 요구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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