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헬만드주 드와이어 미군 기지에서 2일 미국 해병대 제8연대 2대대 병사들이 완전무장을 한 채 칸자르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수송 헬리콥터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헬만드/AFP 연합
탈레반 거점 공격…“베트남전 이후 최대 해병대 작전”
주민 다수 탈레반 지지…민간인 보호·소탕 성공엔 의문
주민 다수 탈레반 지지…민간인 보호·소탕 성공엔 의문
2일 새벽 1시, 미국 해병대 4000여명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650여명이 어둠을 뚫고 아프간 남부 헬만드강 계곡 지역에 들이닥쳤다. 탱크와 중무장 장갑차를 앞세운 지상작전과 해병대의 공중투하, 헬리콥터와 전투기의 공중지원까지 받은 대규모 입체작전이었다.
아프간 주둔 미군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새로운 아프간 전략 발표 이후 처음으로 탈레반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란 대선 후폭풍과 이라크 도시지역 철군 준비 속에 ‘잠시 잊혀졌던 전쟁’에 다시 가속페달을 밟은 것이다. ‘검의 타격’이란 뜻의 ‘칸자르’로 명명된 이번 작전은 미국이 지난달 초 7000여명의 해병대 병력을 1차로 아프간에 증파한 지 한달 만에 시작됐다. 미국은 8월20일 아프간 대선을 앞두고 탈레반의 주요 거점인 헬만드 지역을 장악해 아프간 전쟁의 결정적 전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래리 니컬슨 미국 해병 여단장은 이날 “이번 작전은 투입 전력의 규모와 속도에서 이전과 구별된다”며 “가는 곳마다 머물고 장악할 것이며, 아프간군한테 모든 치안 책임을 이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관계자들은 “이번 해병대 공수작전은 베트남전 이후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진입 과정에서 별다른 교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8월 아프간 대선 전까지 아프간에 병력 2만1000명을 증파하고, 올 연말까지 주둔군을 현재의 갑절 수준인 6만8000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2010년 아프간 주둔 미군은 13만4000명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미국은 아프간 철군 시간표조차 갖고 있지 않으며, 향후 전쟁비용을 평가해 본 적도 없다.
미군의 이번 작전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헬만드주 일대가 아프간 탈레반의 핵심 근거지인데다, 주민 대다수가 탈레반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미군의 대공세가 시작된 이날 탈레반은 미군 한 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생포된 병사는 사흘 전 행방불명된 병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는 2일 “탈레반은 최근 이곳에 주둔했던 영국군 부대를 상대로 ‘치고 빠지기’ 식 게릴라 전술을 펼쳤으며, 영국군은 탈레반 습격에 맞서 정확한 반격을 거의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음달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하미드 카르자이 현 아프간 대통령은 탈레반의 주축이자 동족인 이 지역 파슈툰족의 표심을 얻어야 할 처지다. 또 ‘민간인 보호’를 최대 작전 목표로 내세운 미국이 탈레반 소탕과 이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아프간 주둔 미군의 공세 재개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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