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지역서 철수 종료…하루평균 26명 숨져
대량살상무기 빙자해 대량살상만 저지른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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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주둔 미군이 30일 이라크 내 주요 도시에서 철수하면서 철군 일정의 첫 발걸음을 뗐다. 2003년 3월 ‘대량파괴무기 제거’를 구실 삼아 이라크를 침공한 지 6년3개월 만이다. 이라크 정부는 이날을 ‘주권의 날’로 이름짓고 공휴일로 지정했으며, 바드다드에선 수많은 시민들이 팡파레를 울리고 춤추며 환호하는 등 잔치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라크는 이날 미군으로부터 도시지역에 대한 치안권을 공식적으로 넘겨받았다고 <에이피>(AP) 등 외신들이 전했다. 올해 6월말까지 이라크 도시 지역의 병력을 지방으로 옮기도록 한 양국간 안보협정에 따른 조처다. 사디크 알리카비 총리실 수석보좌관은 “이라크 안보를 위해 모든 희생을 감수한 미군이 모든 도시에서 철수했다”며 “이라크인은 주권의 회복을 자축한다”고 말했다.
이번 철수는 미군이 실제로 이라크에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지역에서 지방으로 옮겨가는 것일 뿐이지만, 상징적 의미는 매우 크다.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미군의 도시지역 주둔 시한 종료는 이라크의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크리스토퍼 힐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도 “내년까지는 이라크 미군의 병력 감축이 없겠지만, 이번 도시지역 철군은 하나의 이정표”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이라크 주요 도시에서는 전날 밤부터 떠들썩한 축하 분위기와 긴장된 경계감이 교차했다. 바그다드에서는 폭탄 대신 화려한 폭죽이 밤하늘을 수놓았으며, 수천명의 시민들이 공원으로 몰려들었다. 이라크 국기와 꽃들로 덮인 군용차량과 병사들의 행진도 이어졌다. 반면 이라크 치안당국은 모든 군경의 외출을 취소하고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했다. <알자지라> 통신은 “이라크 보안군이 검문소를 늘리고 모든 오토바이의 운행을 금지했으며, 시민들에게는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 가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라크에서는 최근 테러공격이 급증하면서 치안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바그다드의 한 시장에서는 폭탄테러공격으로 72명이 숨지고 130여명이 다쳤다. 앞서 20일에는 키르쿠크에서 차량폭탄테러로 82명이 사망하는 등 최근 열흘 동안에만 폭탄테러로 16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편, 이라크전 사상자 집계 민간사이트인 아이캐주얼티에 따르면, 이라크전 개시 이후 6월 말 현재 연합군은 4635명(미군 4317명), 이라크인은 5만4580명(민간인 4만5479명)이 숨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이라크 미군 철수 및 주요 정치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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