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비 지지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 딸 한때 체포…긴장 고조
대통령 선거 부정 시비로 촉발된 이란 시위 정국이 성직자 집단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열흘째 계속된 시위사태로 최소 20명 이상의 시위 참가자가 숨지면서, 집권 보수파와 이에 맞서는 개혁파 성직자들의 대립도 격화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란 당국은 20일(현지시각) 중도파 정치인 알리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딸 파에제(46)와 친척 등 5명을 체포했다가 이튿날 풀어주었다. 이번 대선에서 개혁파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 후보를 지지한 라프산자니는 최고지도자 임면권을 가진 고위성직자 그룹인 ‘전문가회의’ 의장이다. 그의 딸 파에제는 이란 정치권에서 유명한 개혁파 정치인이다. 개혁파 진영에선 파에제의 체포를 강경보수 집권층의 강력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개혁파의 지주인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은 이날 오랜 침묵을 깨고 반관영 <메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민주적으로 자신의 요구를 표현하는 것을 막는 것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선거 결과의 최종확정권을 가진 헌법수호위원회는 22일 부분 재검표 결과 50개 지역에서 유권자 수가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됐지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며 선거부정 의혹을 일축했다. 보수파의 대표적 이론가인 알리 라리자니 의회 의장은 시위대를 겨냥해 “이란인들이 법질서 체계에 대한 존중감을 잃고 있다”고 비난했다. <에이피>는 22일 “무사비가 고위 성직자 집단 내부에서 지지를 얻을 경우 신정체제의 틀 안에서 권력을 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22일 “이란 내에 우리 국민 540여명이 있다”며 “현재까지 교민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문 대변인은 “이란에 대한 여행경보 단계를 테헤란은 여행 자제, 그 밖의 지역은 여행 유의로 지정했다”고 덧붙였다.
조일준 이용인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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