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연설’ 이후 무슬림 태도 변화…‘반서방’ 기치 무뎌져
반미노선 아마디네자드-개혁파 무사비 박빙 경쟁
반미노선 아마디네자드-개혁파 무사비 박빙 경쟁
대선 D-2
7일 치러진 레바논 총선에서 친서방 정파연합이 승리하면서 중동 정세의 최대 변수인 12일 이란 대선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레바논 총선에 ‘오바마 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이란 대선에서도 ‘오바마 효과’가 나타날지가 최대 관심거리다. ‘오바마 효과’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거듭 이슬람권에 화해와 ‘새로운 출발’을 제안하면서 나타난 무슬림들의 태도 변화를 말한다.
8일 발표된 레바논 총선 결과, 사드 하리리가 이끄는 친서방-반시리아 정파연합 ‘3·14 연합’이 전체 128개 의석 중 과반인 71석을 차지해 57석에 그친 헤즈볼라 중심의 야권 블록 ‘3·8 연합’을 압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9일 “레바논은 늘 중동 정세의 시험장이 되어온 만큼, 이번 레바논 총선 결과는 대선을 앞둔 이란과 중동의 역학관계에서 의미심장한 변화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란 대선에선 빈민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반미 노선과 이슬람주의를 강조하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미국과의 관계 개선과 경제개혁 등 변화를 약속한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가 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레바논 총선 결과가 이란 대선의 예고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레바논 정치연구센터의 오사마 사파 소장은 “이번 총선 결과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반미 카드’ 활용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분명한 사례”라고 말했다. 오바마의 적극적인 유화정책이 이슬람주의 세력의 ‘반서방’ 기치의 예봉을 무디게 만든 셈이다.
그러나 레바논 총선과 이란 대선의 결과에 따라 중동 정세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동 전문가인 존 알터먼은 8일 <로이터> 통신에 “레바논 총선에서 이란과 시리아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가 패배했다는 것에 지나치게 의미를 두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레바논 총선 결과는 1라운드 종료에 불과하며, 누구도 결정적으로 패배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중동정치 전문가인 유달승 한국외대 교수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레바논 총선에 직간접 개입하면서 헤즈볼라 지지표가 일부 이탈했다”며 “총선 결과를 친서방 승리-헤즈볼라 패배로 단순화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미국은 중동 국가들의 모든 선거에서 자국의 대외전략과 정책 방향에 유리한 쪽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적극적인 행보도 이란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통해 미-이란 관계 개선을 현실화하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주 조지 미첼 특사를 중동에 파견해 레바논 총선과 이란 대선 이후의 중동 정국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첼 특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거쳐, 취임 뒤 처음으로 레바논과 시리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주 조지 미첼 특사를 중동에 파견해 레바논 총선과 이란 대선 이후의 중동 정국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첼 특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거쳐, 취임 뒤 처음으로 레바논과 시리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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