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와! “신선한 공기 마신듯”
우~ “말보단 행동이 중요”
우~ “말보단 행동이 중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15억 무슬림을 향해 전달한 화해의 연설이 찬사와 비판이 뒤섞인 반응을 얻고 있다.
“앗살라무 알라이쿰!”이란 아랍어 인사로 말문을 연 오바마의 연설에 대해 대다수 무슬림들은 환영과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라크 언론인 아메드 압둘라는 <뉴욕타임스>에 “미국 대통령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집트 대학생 바헤르 이브라힘은 <비비시>(BBC)에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의 말에서 뭔가 낙관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대학강사인 림 아사드는 “오바마의 연설은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 같았다”며 “식민주의를 비난하고 여성의 권리를 강조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중동 평화는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토대 위에 마련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미국이 새로운 정책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슬람권 일부에서는 ‘말보다 행동으로 평가하겠다’는 유보적 태도도 적지 않았다. 요르단의 팔레스타인 난민촌 주민인 알리 토타(82)는 <에이피>(AP) 통신에 “부시와 클린턴도 팔레스타인 국가에 대해 똑같은 말을 했지만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 왜 오바마의 말을 믿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급진정파 연합은 공동논평에서 “오바마의 연설은 사람들을 오도하고 미국에 대한 환상을 키우려는 시도”라고 깎아내렸다. 이스라엘 정부는 원칙적으로는 오바마의 연설을 환영한다면서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의미하는 ‘2개 국가해법’과 ‘정착촌’ 문제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미국 안에서도 호평과 불만이 엇갈렸다.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국제학 교수는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복잡하고 도전적인 과제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솔직하고 감동적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반면, 극우 네오콘인 다니엘 플레카는 “미국 민주주의 원칙을 충분히 변론하지 못하고 억압적인 아랍정권들에 항복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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