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비나 딘
사고 당시 생후 9주 밀비나 딘, 97살 생애 마감
타이타닉호의 마지막 생존자가 세상을 떠났다. 타이타닉호의 참상과 비감한 사연들도 이제 영원한 전설이 됐다.
1912년 4월 생후 9주의 젖먹이로 부모의 품에 안겨 타이타닉호에 탔던 밀비나 딘(사진)이 지난 31일 영국 햄프셔의 한 양로원에서 97살로 숨졌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타이타닉호 사고 당시 딘의 부모는 두 살 위인 오빠와 갓 태어난 딘을 데리고 미국 이민길에 오른 참이었다. 3등칸에 타고 있던 가족은 한밤중 ‘쾅’하는 소리와 함께 선체가 크게 흔들리면서 잠을 깼다. 4만6328t급의 초대형 여객선이 빙산에 부딪혀 가라앉기 시작했지만 구명보트는 턱없이 부족했다. 전체 탑승자 2223명 중 706명만 살아남았고, 딘의 가족은 아버지를 잃고 영국으로 되돌아왔다.
딘은 어려서부터 모친으로부터 침몰 당시 상황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한다. 85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지점이 확인되자 딘은 갑자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연소 생존자’라는 유명세를 타고 영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타이타닉호의 추억’을 팔며 살기도 했다. 딘은 그러나 타이타닉호의 잔해 인양 작업에 대해 “무시무시하고 끔찍할 것 같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98년 개봉한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영화 <타이타닉>도 “무시무시하고 끔찍할 것 같다”며 관람하지 않았다.
그러나 말년에는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침몰 당시와 구조 직후에 사용했던 물건들을 팔아 양로원 비용을 충당해야 했다. 딘의 빈궁한 형편이 알려지자, 최근 영화 <타이타닉>의 주연 배우 케이트 윈슬렛과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가 그의 양로원 비용을 내기도 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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