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미얀마인들이 15일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아웅산 수치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쿠알라룸푸르/AP 연합
UN 사무총장 우려 표명…미얀마 군정, 18일 재판 회부할듯
미얀마 군부정권이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를 정치범수용소에 가두자 국제사회에서 우려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미얀마 군정은 오는 18일 수치를 가택연금 조건 위반 혐의로 재판에 회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4일(현지시각) 이번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아에프페>(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마리 오카베 유엔 대변인은 “반 총장이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수치 여사를 미얀마의 국민적 화해를 위한 중요한 대화 파트너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수치가) 근거 없는 혐의를 받고 있어 매우 곤혹스럽다”며 “미얀마 정부가 수치와 주치의, 2100여명의 정치인을 즉각 조건 없이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미얀마 정권이 수치의 구금을 연장하기 위해 온갖 구실을 찾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얀마와 함께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인 타이의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도 “미얀마 정부의 조처는 명백히 퇴보로 비친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아시아 담당국장인 일레인 피어슨은 “미얀마 군정이 수치의 가택에서 일어난 기이한 침입사건을 수치에게 날조된 혐의를 덧씌우는 데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얀마와 밀접한 경제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과 인도 등 인접국들은 국제사회의 비난 분위기와 달리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수치의 변호사인 키윈은 14일 영국 <비비시>(BBC) 인터뷰에서, 수치가 “나는 신체적으로 건강하다고 벗들에게 전해 달라”고 당부했으며, 자신에게도 “강인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용기를 주었다고 밝혔다. 수치는 1988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 정권에 맞서 민족민주동맹(NLD)을 이끌고 1990년 총선에서 압승했으나, 군정은 이후 지금까지 19년 동안 수치에 대해 구금과 해제를 되풀이하고 있다. 이번 사태도 오는 26일 가택연금 기간 만료를 불과 2주 앞두고 이뤄졌다. 미얀마는 2005년 군부 온건파이던 킨 뉸 당시 총리가 발표한 ‘7단계 민주화 로드맵’에 따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으나, 현 군부 정권은 수치의 출마 자격까지 박탈하는 등 강압통치를 하고 있다. 미얀마 군정의 이번 조처도 수치를 구심으로 한 민주화 세력을 완전히 무력화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풀이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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