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활동 재개·여기자 억류여파 ‘냉랭’
미국 하원 세출위원회가 7일(현지시각) 2009 회계연도의 전쟁 관련 추가경정 예산안에 포함된 북한 비핵화 관련 예산을 모두 삭감했다.
세출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국무부가 요청한 1억4200만달러와 에너지부가 요청한 3450만달러 등 모두 1억7650만달러(약 2200억원)의 북한 관련 예산을 모두 삭감했다. 지난달 북한이 로켓을 발사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했고, 6자회담 불참과 핵활동 재개를 발표한데다 미국 여기자 2명을 계속해서 억류중이라는 게 이유였다. 세출위는 “최근 북한이 미국 기술자를 추방하고 사용후 핵연료 처리와 관련한 협력을 중단해 현시점에서 예산 요청이 불필요하게 됐다”며 “그러나 한반도의 비핵화와 6자회담 틀을 강력히 지지하기 때문에, 만약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되돌아오고 6자회담 합의사항을 준수한다면 그때 가서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무부는 6자회담 3단계 이행을 위해 북한이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중유 또는 그에 상응하는 에너지를 제공하기 위해 경제지원기금(ESF) 항목으로 9500만달러, 비확산과 군축기금(NDF) 항목의 4700만달러 등 모두 1억4200만달러를 요청했다. 에너지부도 산하 국립핵안보국(NNSA)을 통해 북한의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폐기하는 작업용으로 3450만달러의 예산을 요청했다. 세출위는 비확산과 군축기금 예산을 2350만달러로 절반 삭감했지만, 이 예산도 다른 나라의 비핵화 작업에 전용할 것이라고 밝혀 북한 관련 추경예산은 모두 삭감됐다.
대북 예산 전액삭감은 북한의 로켓 발사와 6자회담 거부, 핵활동 재개 선언 등에 대한 의회의 거부감을 반영한 것이다. 의회 소식통은 “현재의 의회 분위기를 고려하면 하원 세출위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한 북한 비핵화 예산이 본회의나 상원 심의 과정에서 되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이날 하원 세출위를 통과한 967억달러 규모의 추경 예산안은 하원 본회의를 거친 뒤 상원과 협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안에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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