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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 “이스라엘 핵사찰 받으라”

등록 2009-05-07 20:46수정 2009-05-07 20:59

이스라엘 진의파악 분주
NPT 가입 요구…외교관행 깨고 핵 보유 첫 공식화
미국이 40년간 이스라엘에 제공해온 ‘핵 연막’을 사실상 거둬들였다.

로즈 고테묄러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5일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북한을 포함해 (모든 나라의) 핵확산금지조약(NPT·이하 엔피티)에 대한 보편적인 준수는 여전히 미국의 기본적인 목표”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2주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2010년 엔피티 평가회의를 위한 제3차 준비회의’ 이틀째 회의에서다.

고테묄러 차관보의 발언은 ‘핵확산 금지에 예외가 있어선 안된다’는 원칙적 태도로, 딱히 새로울 게 없어보인다. 그러나 이스라엘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 수용 의무가 명시된 엔피티 가입을 요구한 나라들 중 하나로 이스라엘을 언급함으로써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를 처음으로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않는(NCND) 정책’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1968년 이스라엘의 핵무기 개발을 포착했으며, 이듬해 이스라엘과 비밀협약을 맺은 이래 40년간 이스라엘에 핵 투명성 검증을 요구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를 묵인해왔다. 영국 <가디언>은 6일 “고테묄러 차관보가 이스라엘을 핵 보유국 명단에 포함시킴으로써, 미국의 지금까지의 외교 관행을 파기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6일,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비밀주의’를 수정하기를 원한다는 증거가 없다”며, 미국의 엔피티 가입 권고를 애써 무시했다. 그러나 속으론 상당한 충격과 우려 속에 오바마 정부의 진의 파악에 나서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북한과 함께 핵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란이 언급되지 않은 점도 이스라엘을 자극하는 대목이다. 이란은 엔피티 회원국이긴 하지만, 핵프로그램 검증절차를 규정한 ‘추가의정서’에선 탈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7일 “미국의 정책이 바뀐 것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며 미국의 ‘외교적 우산’ 해제를 기정사실화했다. 신문은 또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겨냥해 “이스라엘의 (중동에서의) 핵 독점 붕괴는 이스라엘 뿐 아니라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에도 악몽”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오는 18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의 핵사찰 수용과 이란의 핵프로그램 포기를 맞바꾸지 말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189개 엔피티 가입국들은 6일 회의에서 10년만에 처음으로 핵확산금지조약의 차후 협상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내년에 열릴 평가회의에서는 1995년과 2000년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가 맺은 군축 협약을 재검토하고, 이스라엘을 겨냥한 중동 ‘비핵지대화’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로 했다.

참가국 대표들은 “회원국들이 지난 10년간 의제조차 정하지 못할만큼 교착상태였던 엔피티 회의가 사흘만에 성과를 낸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새로운 의지가 결정적 요소였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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