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 맹반격 부네르 일부 탈환…내전 양상
파키스탄 정부가 탈레반 소탕 작전의 수위를 크게 높이면서, 양쪽의 충돌이 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군은 지난 30일, 수도 이슬라마바드 인근 부네르 지구까지 장악한 탈레반 무장세력에 사흘째 맹반격을 가했다. 정부군은 전투기, 헬리콥터, 탱크까지 동원한 대대적 공세를 퍼부어 부네르 지구 일부를 탈환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아타르 아바스 파키스탄 군 대변인도 이날 부네르 지구의 중심도시 다가르에 공수특전대가 투입돼 탈레반을 완전히 몰아냈으며 스와트 협곡과 접경한 디르 지구 남부의 통제권도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파키스탄 군 수뇌부는 30일 이슬라마바드 인근 라왈피디에서 긴급 모임을 열어 정부의 탈레반 소탕 방침에 ‘전폭적 지원’을 약속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군은 “최근 군사작전의 성과에 만족하며, 탈레반 진압에 털끝만큼의 관용도 보이지 않겠다(zero tolerence)”고 다짐했다. ‘검은 천둥’으로 명명된 이번 작전은 파키스탄 정부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압박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탈레반 소탕에 소극적이었던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은 30일 “알카에다와 연결된 무장반군과의 싸움에서 나라가 결정적 순간에 직면하고 있다”며 “정치적 차이를 접고 단합해 파키스탄 보안군을 지원하자”고 호소했다.
탈레반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이슬라마바드에서 100㎞ 밖에 안되는 부네 지구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탈레반의 수중에 있다. 파키스탄 군 당국은 탈레반이 현재 3개 마을의 경찰서를 장악하고 52여명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마을 주민들은 탈레반 대원들이 격렬히 저항하고 있으며 경찰 검문소 2곳을 날려버렸다고 증언했다.
탈레반 근거지인 스와트계곡에 대한 ‘샤리아(이슬람 율법) 통치’ 허용과 무장해제를 조건으로 한 평화협상도 사실상 깨졌다. 파키스탄 군 당국은 탈레반이 무장해제를 거부하고, 보안군을 납치하고, 경찰·민간인울 살해하는 등 평화협정 조건을 어겼다고 비난했다. 탈레반도 정부군의 반격이 시작된 지난달 27일 평화협상 중지를 선언했다.
<로이터> 통신은 1일 “파키스탄 정부군이 부네르 지구를 평정한 뒤 탈레반의 심장부인 스와트 계곡으로 향할 것이란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작전이 단순한 경고 수준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미국 국무부는 30일 공표한 ‘연례 테러 보고서’에서 “알카에다는 여전히 서방에 대한 최대 위협이며, (파키스탄 국경에서) 2001년 9·11 동시테러 이전 수준으로 작전능력을 회복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9일 “파키스탄의 민간정부가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파키스탄 군부가 과거 세 차례나 전쟁을 치른 인도보다 내부의 탈레반이 국가 안정에 더 큰 위협이란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6~7일 아프가니스탄 및 파키스탄 정상과 백악관에서 연쇄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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