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드 대통령 “핵문제 교착 풀기위해 새 협상안 제안”
미 “환영” 속 우라늄 농축 포기요구는 불변…낙관 일러
미 “환영” 속 우라늄 농축 포기요구는 불변…낙관 일러
이란이 미국의 끈질긴 대화 메시지에 마침내 화답한 것인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15일 이란 핵문제 협상의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새로운 협상 패키지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란 관영 <이르나>(IRNA) 통신이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가 미국이 이란의 소규모 우라늄 농축을 일정기간 용인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지 하루만에 나온 반응이다.
아마디네자드는 이날 남부 도시 케르만에서 한 연설에서 “이란은 과거를 잊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양국관계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진정한 정책변화’와 ‘과거 범죄행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해왔던 기존 태도에서 크게 물러선 것이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란이 미국과 따뜻한 관계를 원한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며 “이같은 진전은 오랜 적대관계를 지속해온 양국이 협상테이블로 복귀하고 외교 경색을 완화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국 시라큐스대의 이란 문제 전문가인 메르자드 보루제르디는 “아마디네자드의 언급은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아마디네자드는 “새로운 제안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생산을 위한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하자는 지난해 5월의 제안을 가다듬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아마디네자드의 발언은 워싱턴에서 회담중이던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에게도 즉각 전달됐다. 클린턴 장관은 “이란의 언급에 경의를 표하며, 대화를 환영한다”면서도 “아직은 이에 상응하는 어떤 제안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이란 관계 변화에 누구보다도 민감한 이스라엘은 아직 공식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유력 일간 <하레츠>는 “아마디네자드 정부가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잇따른 선언들을 ‘(변화된) 정책’으로 취급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이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와의 조율을 거친, 미국의 새로운 전략에 대한 의미심장한 반응”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아직은 상황을 낙관하기엔 일러 보인다. 로버트 깁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5일 “미국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 용인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는 정확하지 않다”고 부인했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평화적 핵프로그램의 권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아마디네자드의 발언이 오는 6월 대선을 앞두고 국내 유권자를 의식한 것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란 핵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을 위협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태도도 주요 변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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