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런던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양국은 핵무기 비축량을 줄이고, 이란과 북한에서 핵무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새로운 무기통제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런던/ 블룸버그 연합
양국, 핵 감축 재개로 ‘새출발’ 다짐
보유탄두 30% 축소할 듯…7월께 윤곽
보유탄두 30% 축소할 듯…7월께 윤곽
‘신냉전’이란 단어가 사용될 정도로 악화했던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화해·협력 쪽으로 “재설정(리세트)” 버튼이 눌러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1일 런던에서 열린 주요·신흥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가진 첫 정상회담에서, 오는 12월로 만료되는 전략무기감축 협정(START)을 대신할 역사적인 핵군축협상을 재개키로 합의하는 등 미-러 관계의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고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영국 주재 미국 대사관저에서 70분 간의 회담 뒤 “오늘 우리는 양국 관계에서 새로운 진전이 시작됐음을 목격했다”고 말했고,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과거 몇년 간 양국 관계가 긴장이 있었고 잘못된 방향으로 표류했다”며 “세계적 상황에 대한 공동 책임을 감안해 양국 관계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고 관계를 재설정하기로 합의했다”고 화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공약이기도 한 핵군축협상은 아직 감축 목표치가 설정된 것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7월 러시아 방문을 수락한 만큼, 그 이전까지 협상을 통해 전략무기 감축의 새로운 틀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협상은 전략 핵탄두 수를 1700~2200개로 감축하기로 한 2002년 전략공격무기감축조약(SORT)을 넘어서서 ‘핵없는 세계’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1500기 수준이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 수준은 현재 양국의 보유 핵탄두를 30% 정도 줄이는 것으로, 내년 핵확산금지조약 검토회의를 앞두고 다른 핵보유국들에게도 상당한 감축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아직까지 이해가 엇갈리는 문제들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의 지원으로 그루지야에서 분리 독립한 압바스와 남오세티야를 승인하지 않을 것과, 옛소련권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권에 대해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재검토에 들어갔지만, 러시아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폴란드와 체코에 설치키로 한 미사일방어기지 계획 철회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냉전시절 미소간의 데탕트의 도화선이 됐던 핵군축 협상과 이란과 아프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미국의 입장 등이 맞물리면서 미러 간의 새로운 화해협력으로 나아갈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이란 핵문제가 해결되고 핵군축이 이뤄질 경우 유럽 미사일방어계획은 쓸모없는 계획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문제의 연결고리가 되어 있는 이란 핵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불명확한 입장 등은 이런 전망에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주는 요소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미-러 무기감축 협정 역사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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