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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이란 ‘봄바람’ 부나

등록 2009-04-01 19:43

30년만에 첫 공식대화…아프간 논의 계속하기로
30년 동안 얼어붙었던 미국과 이란 관계에도 봄은 오는가.

지난 3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문제 국제회의에서 양국 대표단이 미국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예외적인’ 공식 접촉을 따로 가졌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리처드 홀브룩 아프간·파키스탄 특사와 이란의 대표단장(무하마드 메디 아쿤자데 외무차관)이 짧지만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또 “아프간의 마약 문제와 국경 안보에 대한 아쿤자데 차관의 발언이 희망적”이라며 “양쪽이 계속 접촉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의 메모도 이란 쪽에 직접 전달됐다. 2007년 이란에서 실종된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과 구금 중인 민간인 2명 등 미국인 3명을 양국관계 개선의 청신호이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송환해 달라는 내용이다.

이번 만남은 1979년 양국의 단교 이후 최고위급 접촉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뒤 여러 차례의 발언과 영상 편지 등을 통해 이란에 화해를 원한다는 뜻을 전달해 왔다. 양국의 관계 개선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클린턴 장관을 비롯한 미 당국자들은 이란의 현 집권층이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1일 전문가들의 말을 따 “이란에 대한 화해 제안은 미국이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유럽과 러시아 등 국제사회에 보여줌으로써 이란을 수동적으로 묶어두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반응에도 아직까진 기대와 신중함이 뒤섞여 있다. 아쿤자데 차관은 이번 회의에서 “이란은 아프간의 재건과 발전 계획에 따라 마약 밀거래 차단 프로젝트에 참여할 만반의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아프간 전략에는 공조하되, 탈레반에 대한 군사작전에는 간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미국 정부도 두 나라의 공통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아프간 문제 협력이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언론 고문인 알리 아크바르 자반페크르는 1일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오바마 행정부의 화해 손짓에 대한 ‘답장’을 기고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지도자와 터놓고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좋은 징후”라고 호평했다. 그러나 그는 수십년 동안 미국이 이란의 국내 문제에 개입하고 위협한 사례를 열거한 뒤, “오바마 대통령이 말하는 책임성과 정직함은 궁극적으로 시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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