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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교황 ‘콘돔 역풍’

등록 2009-03-19 21:41수정 2009-03-19 23:05

교황 베네딕토 16세
교황 베네딕토 16세
“에이즈 예방 도움안돼” 발언
국제기구·유럽 등서 잇단 비판
교황의 콘돔 비하 발언이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7일 아프리카 순방차 카메룬으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콘돔 배포로는 에이즈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교황의 발언은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다음날 성명을 내어 “콘돔 사용은 에이즈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콘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통적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 외교부는 “교회의 교리를 판단하는 것은 우리 몫이 아니지만, 교황의 발언은 공공 보건정책과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는 의무를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 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독일은 울라 슈미트 보건부 장관과 이마리 비초렉 초일 개발원조부 장관이 공동 성명을 내어 “콘돔은 유럽 뿐 아니라 다른 대륙에서도 많은 생명을 구했다”며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다른 어떤 방책도 무책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덜란드의 베르트 코엔더스 개발부 장관도 “교황이 사람들의 자기 보호를 금지한 것은 지극히 위험하고 심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메룬의 구호단체인 목팟(MOCPAT)의 알랭 포그 대변인은 18일 <아에프페>(AFP) 통신 인터뷰에서 “교황이 21세기에 살고 있는 것이 맞는가”라고 반문하고 “콘돔이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하는 것은 카메룬에서 에이즈에 맞서 투쟁을 하고 있는 정부와 보건 단체들의 노력과는 정면으로 반대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들도 19일 교황의 발언을 비판하는 사설을 쏟아냈다. <뉴욕 타임스>는 “교황이 도덕적 근거로 콘돔 사용에 반대 의견을 밝힐 권리는 얼마든지 있지만, 콘돔이 에이즈 확산을 늦춘다는 과학적 연구결과를 왜곡한다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교황이 에이즈로 가장 고통받는 대륙을 방문하면서 에이즈와의 전쟁에서 콘돔이 갖는 가치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세계보건기구의 집계에 따르면, 전세계 3300만명의 에이즈 감염자 가운데 3분의 2인 2200만명이 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파문이 커지자 교황청은 18일 교황의 콘돔 발언이 가톨릭의 전통적 입장과 다르지 않으며, 발언이 잘못 전달됐다고 공식 해명에 나섰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발표한 교황이 발언한 이탈리아어의 정확한 문장은 “콘돔이 문제를 더 나빠지게 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영어권 언론이 “콘돔이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번역하면서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낳았다는 것이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또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이번 발언은 △성의 사용에 대한 책임성 교육 및 결혼과 가족의 역할 강조 △에이즈의 효율적 치료에 대한 연구 및 실행 △에이즈 환자에 대한 인간적이고 정신적 지원이라는 가톨릭 교회의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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