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이치로 일본 민주당 대표
“미군 빠져나가면 일본이 방위 책임지면 된다”
대미관계 악화-군비확대 의도 여야 모두 반발
대미관계 악화-군비확대 의도 여야 모두 반발
“미국의 존재는 필요하지만 대략 (요코스카 기지에 거점을 둔 미 해군) 7함대의 존재로 충분하다. 미군이 빠져나가면 일본의 방위에 관한 것은 일본이 책임지면 된다.”
민주당 집권 시 총리로 유력시되는 오자와 이치로(사진) 일본 민주당 대표가 25일 미군의 역할축소와 일본의 군사적 역할 증대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오자와가 집권할 경우 주일미군 기지를 축소하고 일본이 독자적인 방위력 증강에 나설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돼 일본 정계 안팎의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다.
이날 발언은 자민당의 대미정책을 ‘대미 추종노선’이라고 비판하며 대등한 미-일 관계를 주장해온 오자와의 평소 지론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유력하다. 오자와 대표는 지난 17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도 대등한 미-일 관계를 주장했다. 이날 미일 정상회담에 맞춰 오자와는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한 셈이 됐다.
그러나 여야 모두로부터 강력한 반발이 터져나왔다. 오쓰지 히데히사 자민당 참의원 회장은 25일 “일-미 방위 문제의 실정을 무시한 매우 무지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한 여당 간부는 “미-일 동맹에 금이 간다”고 우려를 밝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공산당과 사민당은 오자와 대표의 ‘방위력 강화론’이 자위대의 군비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시이 가즈오 공산당 위원장은 “군비 확장의 길을 걸어가는 것으로 미-일이 파트너가 되는 것은 잘못”이라며 “일본이 군사력을 강화할수록 미국은 이를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미즈호 사민당 당수는 “‘7함대로 충분하다’는 말 뒤에 나온 ‘일본이 (대신) 한다’는 발언은 ‘기지 축소’의 뜻이 아니다”라며 “군비 확장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일 동맹을 중시하는 보수파 학자들은 위헌론을 제기했다. 모리모토 사토시 타쿠쇼쿠 대학대학원 교수(안전보장)는 “주일미군에는 해병대와 공군이 있고, 해군인 제7함대만으로는 억지 기능의 일부 밖에 달성할 수 없다”며 “철수한 미군을 일본이 대신한다면 재군비를 의미하게 돼 헌법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간사장은 기자들에게 “극동에서 위협이 증대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발상인 것 같고, 일본의 군비 증강 논란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기존의 미사일방어망 등을 확실하게 만들면 미국에 의존하지 않아도 전수방위(일본 영토만 방어)로 일본의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며 오자와 대표와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케빈 메어 주오키나와 미국 총영사는 25일 기자회견에서 “극동의 안보 환경은 그렇게 쉽지 않다. (오자와 대표는) 공군이나 해병대 등의 필요성을 모르고 있다”며 오자와 대표를 비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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