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UBS 탈세수사’ 요청자료 정면거부
스위스가 자국 은행의 고객 정보를 넘겨 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오이겐 할티너 스위스 금융시장감독국장은 21일 자국 은행 유비에스(UBS)의 고객 정보를 미국 등 제3자에게 제공하지 말 것을 명령한 스위스 법원의 결정을 재확인했다. 그는 일간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검토 결과, 미국 세무당국의 제소가 스위스 은행에 심각한 위험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스위스 법원은 20일 자국의 연방금융시장감독국(FINMA)과 유비에스에 고객 정보를 미국 등 제3자에게 제공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고 <에이피>(AP)통신 등이 전했다.
우파 성향의 스위스 최대 정당인 스위스인민당(SVP)은 더 나아가 이날 미국 정부에 대한 보복 조처까지 요구했다. 스위스 인민당은 미국의 관타나모수용소 폐쇄에 따른 구금자 이감을 거부하고 미국과 외교 관계가 없는 국가에서 미국을 대리하는 외교 정책도 재검토하라고까지 촉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 전했다. 스위스 연방정부의 7명 각료 중 1명이 참여하고 있는 이 정당은 또 긴급 의회 토론회를 열어 외부 위협으로부터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스위스 정부는 미국 정부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내달 진행될 조세피난처들과 관련된 미국 상원의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미국 법무부는 최근 미국 부유층 상당수가 유비에스의 비밀계좌를 탈세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최근 이 은행에 고객 정보 제공을 요구했다. 유비에스는 지난 18일 탈세 혐의를 인정하면서, 미국에 250~300명의 미국인 비밀계좌 정보를 넘겨주고 7억8000만달러의 추징금을 물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유비에스는 미국 정부가 19일 두 번째 소송을 제기하며 5만2000명의 탈세 혐의 고객 정보를 추가로 요구하자 이를 거부했다. 유비에스 쪽 변호사는 20일 “미국 정부의 요구와 제소는 고객정보 보호 의무를 규정한 스위스 금융관련법 위반일 뿐 아니라, 유비에스의 금융업 인가 취소도 배제할 수 없는 불법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위스의 이같은 반발에 대해 미국 정부에서는 22일 현재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스위스 법원의 결정에도 이미 미국인 고객 8명의 자세한 금융거래 정보가 미국 국세청에 넘어갔으며, 또다른 240명의 고객 명단도 건네졌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21일 스위스 일간신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북핵 6자 회담 당시 북한의 방코델타아시아 계좌에 대한 동결 조처를 통해 자신들이 조처를 하면 국제금융 거래가 불가능함을 보여줬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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