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자이 “미 정부, 미숙” 맞서…불신 증폭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탈레반 세력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아프간의 카르자이 정부에 대한 미국의 시선이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취임한 지 한달이 다 돼가도록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 전화 한통 걸지 않고 있다. 오바마가 아프간 전쟁을 미국 외교안보 전략의 최우선 순위로 정한 것에 비춰 이례적일뿐 아니라, 공식업무 첫날 중동 4개국 지도자들과 통화를 하는 등 주요국 정상들과 ‘전화 정상외교’를 펼치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수차례 친미 카르자이 정부가 탈레반 등 무장저항세력을 통제하는 데 무능하고 부패했다며 불신감을 드러냈다. 오바마가 카르자이 정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카드를 마련하거나 탈레반과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보도들도 나오고 있다.
오는 8월 대선을 앞둔 카르자이 대통령은 15일 미국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오바마 정부에 애증이 뒤섞인 감정을 내비쳤다. 그는 “아프간 정부가 국민과 유리됐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정부의 미숙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의) 새 정부가 안정되고 많이 배워서 더 나은 판단을 하기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아프간 주둔 미군의 공습으로 민간인 피해가 늘고 있는 데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날 리처드 홀브룩 미국 특사와 회담 뒤 “미국의 아프간 전략 재검토에 아프간이 참여하게 해달라는 나의 제안을 오바마 대통령이 수락한 것에 매우 감사하다”며 “우리는 계속 친구(미국)와 동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홀브룩 특사는 16~17일 인도를 마지막으로 남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현지 상황을 보고한 뒤 아프간 전략의 본격적인 새판짜기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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