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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아프간 블랙홀’로 빠져드는 오바마

등록 2009-02-09 21:22수정 2009-02-09 23:57

아프카니스탄 현황
아프카니스탄 현황
1만7천명 추가파병 직전 아프간 전략 재검토 지시
동맹국 무관심·지정학적 불리 겹쳐…“해법이 없다”
아프가니스탄이 ‘오바마의 이라크’가 될 것인가.

 아프가니스탄을 현지 시찰한 리처드 홀브룩 미국 파키스탄·아프간 특사는 8일 “아프간 전쟁은 이라크에서보다 더 힘들 것”이라며 “길고 오랜 싸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아프가니스탄 파병군의 증강 이전에 미군의 아프간 전략을 재검토하도록 국방부 관리들에게 지시했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아프간을 테러와 극단주의에 맞서는 최전선으로 설정한 구상을 본격화하기도 전에 스스로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전략의 부재, 동맹국의 무관심, 지정학적 불리라는 3중고가 오바마 정부의 아프간 전략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 전략의 부재=미 국방부는 지난 주 아프간에 1만7천명의 추가 파병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로 발표를 연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및 군 합참 지휘부가 참석한 국가안보회의에서 아프간 전략의 궁극적 목표와 구체적 임무 등을 물었으나 만족스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조차 미군이 일관된 계획이나 철수 전략이 없이 아프간에 추가 파병하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프간이 미국에 또하나의 ‘베트남 수렁’의 악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2001년 아프간 침공 직후 탈레반을 축출하고 내세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도 미국의 의도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오는 8월 대선을 앞둔 카르자이 대통령은 8일 “(탈레반과) 화해하는 것 외에는 (아프간 안정화에) 성공할 길이 없다”며 “알카에다 또는 테러리스트가 아닌 모든 탈레반이 가정으로 돌아가길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탈레반은 현재 수도 카불과 몇몇 대도시를 제외한 아프간 전역에서 활보하고 있다. 미군 등 연합군은 지난해에만 294명이 숨졌다. 전년보다 26.7%나 늘어난 수치다. 데이비드 페트 레이어스 미군 중부군 사령관은 “아프간은 ‘제국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런 역사를 가볍게 볼 수 없다”며 “아프간 전황이 최근 2년 새 현저히 악화해 증파가 시급하지만 그마저도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우려했다.

  ■ 동맹국의 무관심=미국의 최대 동맹국인 유럽 나토 회원국들과도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리처드 홀브룩 미국 아프간·파키스탄 특사는 8일 “아프간에서 마법 같은 해결공식은 없다”며 “아프간 전쟁은 이라크에서보다 훨씬 더 힘들 것”이라며 동맹국들의 적극적 지원을 요청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9일 보도했다.

 나토 동맹국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미국은 영국에 수천명의 병력 증파를 요구해왔으나, 정작 영국은 아프간 파병의 장기적 목적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다. 리처드 대너트 영국 육군참모총장은 1개 전투군(5개 중대)만 증파할 것을 주장한다. 프랑스도 아프간에 추가파병 계획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에르베 모랭 프랑스 국방장관은 8일 “우리는 이미 (아프간에) 상당한 노력을 쏟아부었다”며 추가 파병 가능성을 배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미국에 대한 군사지원 강화를 지지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추가파병 계획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홀브룩 미국 특사는 뮌헨 회의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미국 행정부 내 협력증진, 나토 동맹과의 연대 강화, 적절한 시점 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아프간 지원에 소극적인 국가들을 겨냥해 “현재처럼 혼란스러운 상태를 본 적이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 지정학적 불리함=아프간의 지정학적 위치도 숨이 막힌다. 우선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형이다. 미군의 첨단무기와 현대전 전술이 탈레반 등 무장저항세력의 게릴라식 전법보다 우월한 효과를 내기가 어려운 조건이다.

 국경의 절반에 가까운 남동쪽 파키스탄 접경은 탈레반의 온상이 됐고, 연합군의 주요 보급로인 파키스탄의 카이버 패스(경로)는 탈레반으로부터 일상적 공격 위협을 받고 있다. 아프간 서쪽은 30년째 미국과 적대 관계인 이란 접경이다. 북쪽의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의 영향권인데다, 최근 키르기스스탄의 유일한 미 공군기지마저 폐쇄될 형편이다. 미국은 카이버 패스를 대체해 중앙아시아 지역을 경유하는 새로운 보급로를 물색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러시아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한마디로 사방이 꽉 막힌 형국이다.

 <아프가니스탄; 알렉산더 대왕에서부터 탈레반의 몰락까지의 군사(軍史)>의 지은이인 스티븐 태너는 최근 미국 <씨엔엔>(CNN)방송 인터뷰에서 “아프간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것은 실패하는 계획”이라며, “아프간 사람들은 너무나 분열돼 있어 국경지대에서 침략자들에 저항하지 못한다. 그러나 (외부세력이)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곧장 그들에 포위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백악관이 아프간 전략을 재검토해 오는 4월 초 나토 창설 60주년 정상회담 이전에 선뵐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아프간이 소련에 이어 미국에게도 ‘제국의 무덤’이 될지 아니면 ‘영예로운 전환점’이 될지 시험대에 놓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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