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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이란 ‘이슬람 핵주권’ 넘어 미국과 악수할까

등록 2009-02-03 18:55수정 2009-02-03 20:03

이슬람혁명 30돌
이슬람혁명 30돌
이슬람혁명 30돌
79년 호메이니 혁명 뒤 ‘반미’ 한길서
중동평화 대전환 위한 ‘탐색전’ 나서
이란 국회의장 “핵포기 안돼” 변수로

꼭 30년전인 1979년 2월1일, 이란에서는 프랑스에 망명중이던 아야톨아 호메이니가 귀국하면서 이슬람혁명의 불길이 치솟았다. 그로부터 열흘 뒤인 11일 친미 독재정권이던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면서 이슬람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강력한 신정체제의 막이 올랐다.

 이란 전역에선 지금 이슬람 혁명 30돌을 기리는 축하행사가 한창이다. 이란은 이슬람 혁명으로 미국의 최측근 국가에서 대표적인 반미국가로 변신한 뒤, 중동에서 이슬람권의 자존심이자 맹주를 자처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봉쇄, 내전에 가까운 권력투쟁, 이라크와의 8년 전쟁 등 만만찮은 대가도 치러야 했다.

 특히 2002년 초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란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자, 이란은 우라늄 농축 사실을 공개하고 핵프로그램 개발로 맞서면서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그러나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의 대화 방침을 밝히면서, 오랜 앙숙이던 양국관계에도 미묘한 변화의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아직은 탐색전 단계이지만, 양국의 적대관계가 해소될 경우 중동정세 전역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국제관계= 이란의 마누쉐 모타키 외무장관은 지난 1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미국의 (대이란) 정책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바뀐다면 협조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이 주먹을 편다면 미국은 손을 내밀 것”이라며 대화를 제안하자,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미국의 정책이 근본적 변화라면 환영한다”고 호응했다.

 이란의 한 전직 고위외교관은 3일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은 서로를 새롭게 이해할 예외적인 기회를 맞았다”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정부와 대통령궁과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 집무실 등에 청중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에선 정치권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미국의 ‘진정성’에 대해 아직까지 의심과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다. 테헤란의 한 대학생은 파이넨셜타임스에 “양국 관계는 미국 정책에 달려있지만, 우리는 관계정상화를 원한다. 미국과 좋은 관계인 모든 나라는 경제적으로도 좋다”며 조심스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란 핵 문제는 대미 관계 개선 뿐 아니라 이란의 국제 제재 해소의 최대 관건이다. 이란은 아직까지 ‘핵 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핵 주권론을 유지하고 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국회의장은 2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국제사회가 이란에 핵프로그램과 관련한 노하우를 포기하라고 요구한다면 그것은 넌센스”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등 6개국이 이번 주에 독일에서 이란 핵문제 해법에 대한 회담을 열기로 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오바마 정부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어떠한 새로운 접근도 발견하지 못했다, 여전히 커다란 채찍과 커다란 당근에 관한 이야기만 있을 뿐이다”라고 잘라말했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 대학의 마크 레빈 교수(중동사)는 최근 <알자지라> 기고에서 “이란은 미국의 비핵화 요구가 이스라엘까지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 한 핵무기 야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일 이스라엘 지도부가 핵 포기를 주저한다면, 이는 오바마가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인 이스라엘의 안보 이해를 어떻게 다룰지 두고 볼 일”이라고 밝혔다.

 최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은 미국에게 변화를 말하려면 과거에 이란에 저질렀던 범죄행위들을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에서 두 가지 목소리가 섞여 나오는 것은 아직 새로운 대미 정책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의 알리 안사리 교수는 2일 <로이터> 통신에 “이란 정치엘리트들이 미국에 대해 어떻게 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 관계개선(의 당위성)을 생각하고 있지만 당장 어떤 결정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미국의 사과를 요구한 것도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상황= 이란은 미국의 오랜 경제봉쇄로 석유수출에 차질을 빚으면서 소득이 줄고 실업률이 치솟는 등 최악의 경제상황에 직면해 있다. 국민들 사이에는 지나치게 엄격한 신정통치와 경제난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민주주의와 개인적 자유 등 세속주의적 개혁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이란의 대미관계 개선을 비롯한 국내외 정책의 변화는 오는 6월 예정된 대통령 선거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대선은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의 보수파의 모하드 하타니 전 대통령을 내세운 개혁파간의 경쟁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은 재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국내적으론 경제정책을 실패한데다 국제관계에서도 모험주의적이란 비판을 받고 있어 하타미 전 대통령의 거센 도전을 받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이란 대선의 빅 이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란의 현행 정치구조 특성에 비춰, 누가 당선되더라도 급진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이란의 궁극적인 정책 결정은 최고 통치권을 장악하고 있는 시아파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의중이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2일 “하메네이는 어떤 정책결정이 나오든간에 성직자 통치 시스템을 보존하는 기초위에 합의를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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