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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세기의 앙숙’ 미-이란 화해무드

등록 2009-01-29 18:50

정상간 편지외교 단초…미, 이란특사 임명 예정
미국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숙적’ 미국과 이란 사이에 해빙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백악관은 특사 외교와 편지 외교로, 이란은 화해 제스처와 안전보장 요구로 사인을 주고 받으며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오바마는 취임 전부터 부시 행정부가 ‘악의 축’으로 지목했던 나라들과 직접 대화하겠다고 선언한 터여서, 두 나라가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30년 동안 쌓아온 적대감을 풀고 화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국무부는 이란과의 직접 대화와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는 편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29일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11월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부터 이란에 보낼 편지의 초안 작업을 해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에게 이례적으로 장문의 축하 서신을 보낸 데 대한 답신 형식이지만, 미국의 정책 변화를 상징한다.

미 국무부는 최소 세 가지 초안을 작성했는데, ‘미국이 이란 정권을 전복할 뜻이 없으며 단지 행동의 변화를 바란다’는 메시지가 뼈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편지 초안들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검토를 거쳐, 이란 국민 또는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수신자로 직접 보내거나, 공개 서신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백악관은 또 클린턴 행정부 시절 중동평화협상을 이끈 데니스 로스 전 특별조정관을 곧 이란 특사로 임명할 방침이다. 조지 미첼(중동), 리처드 홀브룩(아프간·파키스탄)에 이어 세 번째 특사다. 지난 26일 오바마 대통령은 아랍 위성방송 <알아라비야>와 취임 뒤 첫 공식 인터뷰를 하면서, “이란이 주먹을 편다면 미국은 손을 내밀 것”이라며 이란에 우호적 신호를 보냈다.

양국간 직접 대화가 실현되면, 지난해 7월 양국이 개설하기로 합의한 테헤란 주재 미국 이익대표부는 외교관계 정상화를 향한 임무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으면서도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 28일 특유의 독설을 자제하면서, 미국을 향해 “변화를 말하는 사람은 이란 국민에게 사과하고 과거의 범죄적 과오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대화 신호를 보냈다. 미국의 군부 쿠데타 지원(1953년), 이란-이라크 전쟁(1980~88년) 당시 이라크 지원, 민간 여객기 격추(1988년) 등 미국이 사과해야 할 구체적 사례도 명시했다.

이날 대선 출마를 선언해 재선 도전에 나선 아마디네자드의 이런 발언에는 오바마 정부의 ‘진정성’을 시험하면서,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자신감을 과시해 표심을 다지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오는 6월 대선에는 미국과의 화해를 모색해온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란 대외정책의 실질적 권한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갖고 있어, 그가 어느쪽으로 향하느냐가 중요한 변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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