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스니 무바라크(오른쪽) 이집트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이집트 샤름엘셰이크 회담 뒤 기자회견을 끝내고 포옹하고 있다. 샤름엘셰이크/AP 연합
이스라엘 협상단 카이로 도착…중재 이집트 “양자 회동은 없을 것”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휴전협상이 8일(현지시각) 시작됐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무력화를 목표로 가자지구를 침공한 지 13일 만이다.
이스라엘 협상 대표단은 8일 이집트가 중재하는 휴전협상 참석차 카이로에 도착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이집트 관영 <메나>통신은 이날 “협상 대표들이 협상안을 어떻게 이행할지 세부사항들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7일 이집트의 고위 외교관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하마스 등 3자가 이집트와 프랑스가 제안한 휴전협상안을 놓고 개별적인 실무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메드 아불 가이트 이집트 외무장관은 “하마스 대표단의 카이로 도착 날짜가 분명하지 않아 이번 협상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자 회동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첫 협상에서 실질적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 주재 하마스 대표인 오사마 함단은 “이집트와 프랑스가 중재한 휴전안은 대부분 이스라엘에 유리한 내용”이라며 “하마스는 이 중재안을 터키와 인근 아랍국들이 제안한 다른 구상들과 함께 검토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휴전 조건에 대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 중지와 재무장 방지를 위한 가자-이집트 접경지역 땅굴 폐쇄를 요구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공격 행위 중단과 가자지구 봉쇄 해제가 먼저라고 주장한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15개 이사국도 합의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친아랍권은 즉각적 휴전과 이스라엘 군 철수를 요구하는 휴전 결의 채택을 주장한다. 반면, 미국·영국·프랑스는 국경 개방과 하마스 무기 밀반입 금지를 뼈대로 ‘지속 가능한 휴전’을 강조하는 의장 성명을 내자는 쪽이다. 안보리 결의는 구속력이 있지만, 의장 성명은 구속력이 없다. 서방으로선 자신들이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하마스를 휴전협상의 당사자로 인정해야 하는 것도 고민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휴전안을 수용했다”고 밝혔지만, 교전 당사자이자 가자지구의 실질적 통치세력인 하마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번 협상을 무차별 살상에 대한 국제적 비난과 압력을 피하며 실리를 극대화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창모 건국대 히브리중동학과 교수는 “이스라엘은 이미 하마스에 상당한 군사적 타격을 가하고 향후 중동 평화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당분간 휴전협상과 무력 공격을 병행하다가 버락 오바마 미국 차기 행정부 출범 이전에 휴전협정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이번 전쟁에서) 하마스로서는 생존 자체가 승리일지 모른다”며 “이스라엘의 강력한 군사력에 맞서 버틸 수 있다면, 아랍 전역에서 칭송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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