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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진퇴양난’ 이-팔-미 지도자들

등록 2008-12-31 20:06수정 2009-01-01 00:32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침공이 중동 평화협상의 핵심 당사자 모두를 딜레마에 빠뜨렸다. ‘하마스 무력화’라는 이스라엘의 구상은 중동 평화협상을 더욱 위태롭게 몰아가고 있다. 침공 닷새째를 맞은 31일, 국제사회의 휴전요구는 거부당했고 이스라엘은 공습을 재개했다. 팔레스타인 희생자는 39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공격 시작은 했지만 지상군 투입은 부담
■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과 함께 올해 2월 총선을 겨냥해 가자 공격을 결정한 주역이다. 이제 와서 선뜻 지상군을 투입하지 못하는 까닭은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감당하면서까지 전쟁을 장기화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비비시>(BBC)는 지난 29일 ‘이스라엘이 소기의 목적을 이루고 적절한 시점에 공격을 끝내려면 이집트·미국 등과의 외교적 기초작업이 필요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고, 하마스도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위크>는 “이스라엘 지도부는 원하지 않는 협상 조건에 합의하도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강하게 압박해 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하마스 비난했지만 민중들 생각과 괴리
■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로이터> 통신은 30일 “팔레스타인 보안군이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에) 격분한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주민들 앞에 선 모습만큼 마무드 아바스 수반의 딜레마를 잘 보여주는 것은 없다”고 아바스의 곤혹스런 처지를 표현했다. 하마스와 대립하며, 이스라엘과 평화협상을 추진해온 ‘온건파’ 아바스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싸잡아 비난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팔레스타인의 무스타파 바르구티 의원은 “아바스의 메시지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이스라엘 쪽에 있다는 팔레스타인 민중 대다수의 생각과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파타당의 한 고위 관리도 “(아바스가) 아랍 민중과 자신의 평화 약속이라는 두 불길 사이에 끼어 있다”고 비유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
유대인단체 압력에 침묵 선택했지만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


이번 사태에 침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인도 뭄바이 테러 당시 두 차례나 성명을 낸 것과 대조된다. 아랍권에서는 차기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 정책이 부시 행정부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레바논 아메리칸대학의 힐랄 카샨 교수(정치학)는 30일 <로이터>에 “오바마 당선자는 대선 당시 유대인 단체가 경고 메시지를 보낸 이후, 가자 문제에 침묵을 지켜 왔다”고 말했다.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달 29일 전면전을 선언하면서, 오바마 당선자가 지난해 6월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응징을 이해한다고 했던 발언을 내세워 공격을 정당화했다. 이번 전쟁에서 하마스가 살아남는다면, 미국의 중동 정책 파트너인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입지는 물론이고 오바마가 새로운 중동정책을 펼칠 여지도 줄어들 수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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