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금융위기 넘어 통화패권 이룰까

등록 2008-12-30 21:56수정 2008-12-31 02:06

유로화 도입 이후 달러와의 환율 변화
유로화 도입 이후 달러와의 환율 변화
유로화 10년 영광과 도전
10살을 맞는 유로가 달러를 대체하는 기축통화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유로화가 오는 1월1일로 도입 10주년이 된다는 것을 알리는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유로화가 뒤숭숭한 새 10년을 맞이하고 있다”며 유로가 직면한 기회와 도전을 전했다. 유로화는 1999년 도입 이후 10년 만에 미국 달러화의 주도권을 위협하는 통화로 급성장했다. 특히 전 세계를 강타한 월가발 금융위기로 유로화는 달러 패권을 대체할 통화로 성장했으나, 그 위상과 역할에도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세계외환 비중 28%·15개국 사용화폐 성장
역내 1600만 고용 창출·인플레 2%대 성과
국가간 경제성장 불균형·내년 ‘경기후퇴’ 부담

■ 영광의 10년 1999년,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11개 나라를 시작으로 유로화는 10년 새 15개 나라 3억2천만명이 사용하는 화폐로 성장했다. 단일 화폐 채택 이후 유로존 역내 국가들의 교역이 확대돼 160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그 결과 9%대에 달했던 실업률은 7%까지 떨어졌다. 1990년대 3.5%에 달했던 회원국들의 평균 인플레이션율도 2%대로 비교적 안정됐다. 주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의 말대로 “유로화가 회원국에게 저물가·저금리의 시대를 열어 준” 듯 했다.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16.4%로 커져,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21.6%)을 바싹 추격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유로화 채권 발행 잔액은 6조달러로 이미 미국(4조달러)을 압도했고, 전 세계 외환보유액 중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도 출범 초기 18%에서 28%로 커졌다.

미국 재정 및 무역적자에 대한 우려로 미 달러화의 가치가 흔들리면서, 유로화는 이를 대신할 기축통화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석유수출국기구(오펙)에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보장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석유대금 결제 통화를 유로 등 다른 통화로 대체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슈퍼모델 지젤 번천이 달러로는 모델료를 받지 않겠다며 유로화로 달라고 요구한 사례는 유로화의 빛나는 10년 성장을 보여주는 문화적 사건이기도 했다.


■ 다가오는 어둠 하지만 유로화의 10살 생일엔 흥겨운 음악 대신 한숨 소리가 높을 듯 하다. 유로존의 경제 상황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유로존은 이미 2·3분기 연속으로 성장률이 감소해 경기후퇴 단계에 접어 들었다. 유로존 경제가 -1%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나아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19일 분기 보고서를 내 2010년에도 경기 하향세를 보일 위험성이 다분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금융위기 발생 이후,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부채가 많은 국가들은 구제금융 비용 증가와 성장률 둔화로 받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그 결과, 유로존 국가 중 가장 견실한 성장률을 보이는 독일에 비해 이탈리아·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 스프레드(수익률 격차)가 1.36%~2%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는 유로화의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해, 달러화를 대신할 기축통화로 떠오른 유로화의 위상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지난 7월 최고점에 달했던 달러 대비 유로화의 가치(1유로당 1.60달러)가 불과 몇 달 사이 15%나 빠진 것은 이런 불안한 상황을 반영한다.

회원국들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을 2% 이내로 유지하고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의 3% 이내로 제한한 ‘안정성장협약’에 대한 불만도 높다.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선 더 과감한 금리인하 정책과 적자 재정정책 등 경기부양책을 펼쳐야 하는데 안정성장협약에 손발이 묶였다는 것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유로존 탈퇴 압력이 거세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새로운 도전 유로존 탈퇴가 말처럼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대다수 국민들과 기업들이 유로화라는 단일 환경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스위스 금융그룹 유비에스(UBS)는 최근 유로화 탈퇴가 이뤄진다면 국민들이 화폐 전환에 대비해 대규모 예금인출에 나설 것이고, 그 결과 금융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 분데스방크의 한스 티에트마이어 전 총재는 “유로화가 아니었다면 벨기에 같은 소국들이 환율 위기를 맞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폴란드와 덴마크, 아이슬란드와 헝가리 등은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인한 자국 화폐 가치 폭락 사태를 겪은 뒤 유로화 채택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 함께 국제금융시장의 한 주축인 영국도 파운드화를 버리고 유로화 채택 가능성이 제기된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긴밀한 동맹이라는 유럽의 꿈이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유럽정책연구센터의 카렐 라누 센터장은 “유로권은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새로운 재정 규율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과제를 제시했다. 유럽 전체의 인플레이션 억제 등에 초점을 맞췄던 초기 상태에서 한발 더 나가 이젠 유럽 경제의 통합과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논의하는 단계로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미 달러가 최후의 보루 같은 안정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과는 달리 유로화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유로화에 대한 적절한 통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다면 유로존의 토대가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취임 직후, 모든 해외 지원·원조 중단했다 1.

트럼프 취임 직후, 모든 해외 지원·원조 중단했다

“덴마크는 이제 위기”…트럼프, 그린란드 놓고 덴마크 총리 몰아붙여 2.

“덴마크는 이제 위기”…트럼프, 그린란드 놓고 덴마크 총리 몰아붙여

“트럼프 ‘핵보유국’ 발언, 북에 ‘은밀한 양보’…곧 접촉 가능성” 3.

“트럼프 ‘핵보유국’ 발언, 북에 ‘은밀한 양보’…곧 접촉 가능성”

로제, 영국 음악 차트 4주째 2위…레이디 가가와 ‘깜짝 만남’ 4.

로제, 영국 음악 차트 4주째 2위…레이디 가가와 ‘깜짝 만남’

트럼프 측근 “한미연합훈련 잠깐 멈춰도 돼”…김정은과 협상 시동 5.

트럼프 측근 “한미연합훈련 잠깐 멈춰도 돼”…김정은과 협상 시동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