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달부터…유가 하락세는 계속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가 사상 최대 규모의 감산을 결정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썰렁하기만 하다.
전세계 원유소비량의 40%를 생산하는 오펙은 17일 알제리에서 회원국 장관회의를 열어 내년 1월부터 하루 22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이는 오펙 회원국들이 현재 하루 생산하는 양의 9%에 해당한다. 앞서 오펙은 지난 9월 하루 평균 생산량을 50만배럴 줄인 데 이어 지난달에도 150만배럴을 추가 감산했다. 하루 생산량이 석 달 사이 2904만5000배럴에서 2484만5000배럴로 420만배럴이나 줄어들었다.
이런 대규모 감산도 국제 유가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세계적인 경기 후퇴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가시지 않은 탓이다.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는 17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전날보다 3.54달러(8%)나 급락한 배럴당 40.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4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값이다. 유가가 최고점을 찍은 지난 7월11일 147.27달러와 비교하면 넉 달 만에 73%나 폭락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 증가와 소비 감소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이날 미국 에너지부는 자국 비축유가 지난주 52만5000배럴 늘어나 3억2130만배럴에 이른 반면, 11월 석유소비는 1년 전보다 7.4%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트래디션에너지의 애디슨 암스트롱 시장조사국장은 <블룸버그 뉴스>에 “유가가 30달러 이하로 떨어질 분명한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하반기 이전까지는 수요 증가에 도움이 될 만한 요인이 없으므로 생산량을 더 줄여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펙 비가입 산유국들도 감산에 동참하고 나섰다. 러시아의 이고리 세신 부총리는 17일 “지난달 하루 수출량을 35만배럴 줄였으며, 유가 약세가 지속되면 내년에 하루 32만배럴을 더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제르바이잔도 하루 30만배럴 감산 의사를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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