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보수당 캐머런 대표, 노동당 경제정책 맹비난
미국도 자동차 지원 놓고 민주-공화 갈등 고조
미국도 자동차 지원 놓고 민주-공화 갈등 고조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한 목소리로 위기극복을 외쳐왔던 서방 국가의 좌·우 정치세력이 영국을 시작으로 서서히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국 노동당 정부가 경기침체의 충격을 막기 위해 200억파운드(약 45조원)짜리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놨지만, 보수당은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반기를 들었다. <더 타임스>는 경기침체 국면에서 경제 정책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놓고 (유권자들이) 처음으로 좌와 우 사이에서 명백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됐다고 10일 보도했다.
노동당과 보수당은 근래에 보기 드물 정도로 세금과 정부 차입, 재정 지출 등 거의 전 분야에서 근본적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 시절 시작된 두 당의 경제 정책 ‘동거시대’가 끝났다고 보여질 정도다. 지난달 노동당 정부가 부가세의 한시적 인하 등을 통한 200억파운드 경기부양책이 담긴 ‘사전예산보고서’를 내놓은 게 계기가 됐다.
보수당은 ‘200억파운드짜리 도박’이라고 경기부양책을 비판하며, 정부의 새로운 지출 계획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각을 세우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보수당 대표는 지난 2주 동안 정부의 예산을 검토한 결과, “노동당 정부의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선 앨리스터 달링 재무장관이 말한 것보다 훨씬 큰 폭의 세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향후 대폭적인 세금 인상을 피하고 싶다면 반드시 정부의 지출 증가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공공 지출에 대한 고삐를 단단히 죄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지난 9일 런던정경대학(LSE) 연설에서 노동당의 무책임한 지출을 메우기 위해 “건전한 살림을 하는 시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돈을 풀면서, 2011년엔 재정 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 인플레이션 발생 우려도 높아 진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선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데, 그 결과 부채 상환 비용도 증가할 것이란 게 그의 주장의 핵심이다.
캐머런 대표의 강경한 발언은 이대로 가다간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것이란 위기감에서 나왔다. 금융위기 이후, 보수당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한 사이 고든 브라운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는 각종 대책을 내놓으며 위기 대응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았다. 한때 15%까지 떨어졌던 브라운 총리의 지지율은 금융위기 이후 크게 뛰어, 지난달 영국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모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46%의 응답자로부터 ‘경제 문제에 가장 잘 대응할 것’이란 답변을 받았다. 아울러 노동당에 대한 지지도 크게 뛰었다. <인디펜던트>가 이달 초 발표한 결과에선 노동당(36%)이 보수당(37%)과의 격차를 1%포인트로 크게 줄였다.
미국에서도 자동차 3대업체에 대한 지원을 놓고, 민주·공화당의 이견이 격화되며, 향후 경기부양책에 대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