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광산업체 해고·감산 바람…수요 급락 탓
불과 몇 달 전까지도 거침없이 뛰던 원자재 가격으로 욱일승천의 기세를 보였던 철강·석유업체들이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 본부를 둔 세계 3위 광산업체 리오 틴토가 10일 부채 탕감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 일부를 매각하고 무려 1만4천명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고용하고 있는 직원 11만여명의 13%에 해당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리오 틴토는 지난해에도 캐나다의 알루미늄업체인 알칸을 미화 380억달러에 사들이는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사세를 키워온 매머드급 광산기업이다. 그러나 국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최대 수입국이던 중국 경제마저 한파를 타면서 부채상환 부담이 급증했다. 내년 신규 개발과 사업확장 계획을 전면 보류하고 자본 지출을 40억달러 수준으로 줄이는 긴축경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리오 틴토는 지난달까지도 세계 최대 철광석업체인 비에이치피(BHP)빌리턴의 적대적 인수합병 대상이었지만, 비에이치피도 업황이 나빠지자 인수를 포기했다.
비에이치피빌리턴과 세계 2위 철광석 생산업체인 브라질 발레사와의 합작사인 사마르코는 고급 철광석 생산량을 65%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리오 틴토도 연간 철광석 생산량을 10%(2천만t) 줄일 방침이다. 철광업체가 수요 감소를 이유로 감산을 결정한 것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11일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이 모든 광산업체에 큰 타격을 입히면서 사업확장 계획을 접게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철강 뿐 아니라 주요 원자재 대다수가 수요 감소로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원유를 비롯한 19개 주요 원자재 종목으로 구성된 로이터-제프리 CRB지수는 올해 초 366.9로 출발해 상반기 내내 꾸준한 오름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7월초 473.5로 정점을 찍은 직후 급락하기 시작해 지난 9일에는 215.6까지 떨어지며 올해 최저점을 기록했다.
<로이터> 통신은 10일 “6년간 이어진 원자재 시장의 최대 호황이 끝난 건 분명하지만 시장 위축과 급격한 감산이 또다른 거품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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