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명 무장괴한, 상선→쾌속정 타고 뭄바이항 진입
앳된 얼굴에 일부 복면…사흘치 식량 미리 준비하기도
앳된 얼굴에 일부 복면…사흘치 식량 미리 준비하기도
인도 뭄바이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테러 공격은 사실상 진압된 것으로 보이지만, 무장세력의 치밀한 준비나 대담한 작전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전면적인 시가전 형태의 공격 방식이 충격을 더하고 있다.
무장세력은 상선을 타고 26일 저녁(현지시각) 인도 해상 10마일 밖까지 접근했다고 <인도합동통신>(PTI)이 전했다. 전체 20~25명으로 추정되는 무장대원들은 이 지점에서 조를 나눠 소형 쾌속정 몇 척으로 갈아타고 뭄바이항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 중 8명이 탄 쾌속정 한 척이 저녁 8시10분께 뭄바이 남부 어민 주거지인 커프퍼레이드에 잠시 정박했다고 전했다. 6명이 짐가방을 세 개씩 들고 내렸으며 나머지는 배를 타고 사라졌다. 이들은 근처 주민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고, 주민들이 뭐 하는 사람들이냐고 묻자 학생이라고 답했다. 가방에는 에이케이(AK)47 소총과 총탄, 그리고 수류탄이 가득 들어 있었으며, 사흘치 식량도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첫 총격 사건은 9시20분께였다. 기차역에서 무장대원 2명이 대합실에 수류탄을 던지고 함부로 총질을 한 뒤, 약 15분 간격으로 시내 10곳이 강타당했다. 이들은 많은 외국인들이 찾는 관광명소와 고급 호텔에 쳐들어가 총기를 난사하고, 외국인들을 추려내 인질극을 벌였다. 그러나 대다수 희생자들은 인도인들이었다. 폐쇄회로 카메라(CCTV)에 찍힌 이들은 앳된 얼굴에 무표정한 얼굴로 소총을 앞으로 겨누고 있었다.
뭄바이 지리나 호텔 등의 건물 구조에 대한 숙지 수준이나 사실상 시가전에 가까웠던 규모 등으로 미루어, 이들은 막강한 국제 테러조직에 힘입어 오랜 기간 준비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과감한 형태도 눈길을 끈다. 일반적으로 테러 공격자들은 신원을 최대한 숨긴 채, 폭발물을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 설치하면서 또는 사람이 직접 폭발물을 몸에 감거나 차에 싣고 공격을 감행했다. 이번 사건의 공격자들은 신원을 거의 감추지 않고 목표를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쐈다.
테러 공격의 목표가 이슈의 극대화에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무장세력은 이번 공격으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인도한테 가장 민감한 국제적 이슈인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다. 일부 현지 언론들은 이번 공격을 ‘뭄바이 전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적이 누군지 확인되면 전쟁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선전포고에 버금가는 의미를 지녔다는 뜻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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