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바이 테러’로 일찍
외교정책 떠맡게 될 듯
외교정책 떠맡게 될 듯
조지 부시 대통령이 ‘죽은 레임덕’(dead lameduck)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발생한 뭄바이 동시다발 테러는 공식출범을 아직도 55일이나 남겨둔 버락 오바마 새 행정부 외교력의 첫 시험무대가 되고 있다.
“오바마가 취임 6개월 안에 국제무대에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던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의 불길한 예언을 실현하듯, 경제위기 대책에 전념하는 오바마에게 ‘인도판 9·11’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넘어서야 할 또 다른 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자는 26일 즉각 성명을 내고 테러를 규탄했다. 오바마는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을 통해 “무고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격은 테러의 심각하고 긴급한 위협을 보여준 것”이라며 “테러조직망을 근절하고 분쇄하기 위해 인도 등 세계 각국과 협력과 유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는 테러 발생 직후인 26일 저녁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으로부터 상황설명을 들었고, 27일에도 통화하는 등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인수위도 국무부 상황센터 등 관련부처들과 협력할 수 있는 특별팀을 구성했다고 <에이비시>(abc) 방송이 전했다.
알카에다식 동시다발테러가 미국인과 영국인들을 목표로 한 것이고 알카에다의 급진적 이데올로기를 추종하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새 정부의 정권인수 과정은 더욱 복잡해 질 수밖에 없다. 아프가니스탄은 오바마 새 행정부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여있다.
경제위기 극복의 총대를 메고 나선 오바마는 외교정책도 예상보다 빨리 떠맡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뭄바이 테러 외에도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둘러싼 러시아와의 갈등은 이미 오바마 행정부 외교력의 도전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폴란드와 체코에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하기로 한데 반발하며, 미사일을 칼리닌그라드에 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러시아 해군은 카라카스 인근 해역에서 베네수엘라 군과 합동훈련을 벌일 예정이다.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외교를 비판해 온 오바마는 부시가 남겨준 업보를 고스란히 넘겨받고 있는 셈이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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