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타이 반정부 시위대가 방콕 외곽 수완나품 국제공항의 출국장 앞을 가득 메운 채 공항을 점거하고 있다. 공항 폐쇄로 한국인 관광객 1천여명 등 수천명의 발이 묶여 있다. 방콕/AP 연합
정부·시위대 모두 거부…타이공항 폐쇄 한국인 1천명 발묶여
타이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침묵을 지키던 군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타이 군부를 대표하는 아누퐁 파오친다 육군 참모총장은 26일(현지시각) 솜차이 웡사왓 총리에게 국가의 정치적 위기 상황을 종식하기 위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군부의 이날 결정은, 이틀째 수완나품 공항을 점거한 반정부 시위대가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꼭두각시’인 솜차이 총리의 조건 없는 사임 때까지 무기한 공항을 점거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아누퐁 육참총장은 이날 오후 군 수뇌부와 정·재·학계 관계자가 참석한 긴급회의 뒤 정부에 이런 제안을 내놓았으며, 반정부 시위대에게도 먼저 점거 중인 공항에서 떠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군부의 이런 요구를 타이 정부와 반정부 시위대 모두 거부하고 있어, 공항 운영은 언제 정상화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반정부 시위를 이끌고 있는 민주주의민중연대(PAD) 시위대 2천여명은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솜차이 총리의 입국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25일 수완나품 공항 점거에 나섰다. 이후 반정부 시위대와 타이공항공사(AOT)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26일 새벽 4시께 공항은 완전 폐쇄됐다. 공항 폐쇄로 이날 귀국할 예정인 한국인 관광객 1천여명(대한항공 이용객 750명·아시아나 440명 등) 등 수천명의 발이 묶인 상태다. 또 이날 새벽 4시께는 수완나품 공항 대합실 밖 도로에서 세 차례 이상의 수류탄 폭발사고가 일어나 12명이 다쳤고, 북부 치앙마이에선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시위대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1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주타이 한국대사관의 이준형 영사는 “한국인 관광객들은 모두 안전하다”며 “한때 시위대가 수완나품 공항으로 통하는 고속도로를 점거했으나, 지금은 방콕 시내로의 이동이 자유로운 상태”라고 밝혔다. 군부의 공항 점거 해제 요구에 대해 민주주의민중연대의 핵심 지도자 피폽 통차이는 “솜차이 총리의 사임만이 해결책”이라며, 거부 뜻을 나타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치앙마이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한 솜차이 총리도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지금의 정부가 민주적으로 선출됐고, 국가를 위해 선의로 일해왔다”며 군부가 요구한 조기 총선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27일 비상 내각회의를 열어 불법적인 반정부 시위대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네이션> 등은 솜차이 총리가 조만간 비상사태를 선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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