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란 속 ‘달러 강세’ 탓
금값이 14개월 만에 온스당 700달러선 아래로 내려왔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3일 거래된 12월 인도분 금값은 장중 695.20달러까지 떨어져, 지난해 8월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가파른 하락폭은 최근 들어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11거래일 가운데 10일이 하락세였다. 같은 기간 온스당 190달러가 빠졌다.
경제 위기에 금은 ‘자금 대피처’ ‘안전자산’으로 각광을 받아, 일반적으로 가격 급등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실제 지난 3월 베어스턴스 파산 위기를 거치면서 금값은 사상 최초로 온스당 1천달러를 넘겼다. 지난달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에도 금값은 900달러 수준의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이런 ‘전통’을 거스르는 금값 하락세의 원인은 세계적으로 금융 시장이 요동친 결과라고 경제 전문 온라인 매체 <마켓워치>가 풀이했다.
우선 최근 달러화 강세가 한 원인이다. 금값은 달러화 가치가 떨어져 금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날 때 오르기 마련이다. 둘째, 경제 위기를 겪는 ‘큰손’ 투자자들이 마진 콜(가격 하락으로 빚어진 증거금 부족분 보완 요청)에 대응하기 위한 현금이 필요해, 금 선물 등 보유 자산을 팔아치우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 금값 시세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9일 3.75g(1돈)에 18만9000원(소매가 기준)까지 치솟았던 금값은 24일 현재 15만5000원 선까지 내려왔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관계자는 “국제시장 금값 하락세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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