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실 경영진 보수제한 / 유럽경제정부 구성 움직임
정부주도 경제공조 강화·방만경영 견제
미, 규제특위 논의…프, 국부펀드 제안
미, 규제특위 논의…프, 국부펀드 제안
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고삐 풀린 금융 시스템을 바로잡으려는 각국의 움직임이 속도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자칫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는 가운데 각자 제 살길을 찾다가 보호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부실 금융기관 경영진 보수 제한 일반인들의 피부에 가장 와닿는 규제 조처는, 금융위기의 장본인인 부실 금융기관의 경영진에 대한 보수를 제한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1일(현지시각) “미국과 영국,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레일리아, 네덜란드에 이어 독일과 스웨덴이 부실 금융회사 경영진의 임금을 제한하는 조처를 도입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금융위기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스웨덴이 정부 지원을 받는 은행 경영진의 보수를 제한한 것을 비롯해, 독일은 구제 대상 은행 경영진의 연봉을 2012년까지 최고 50만유로로 제한하기로 했다. 미국도 ‘황금 낙하산’으로 불리는 임원의 고액 퇴직금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영국 금융감독청(FSA)도 이익·사업목표·위험 등을 고려해 장기적인 성과평균치를 따지는 임금 체계를 고려하고 있다.
미국 금융 규제 특위 논의 금융위기의 진원지 미국에선 금융 규제를 논의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제안이 힘을 받고 있다고 21일 <마켓워치>가 보도했다. 이날 미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엘 셀리그먼 로체스터대 총장은 “금융시장에 대한 새로운 규제 시스템 마련을 위한 특위를 구성해 제도상의 미비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현재 금융관련 감독 위원회가 하원과 상원에 각각 4곳씩 나뉘어져 있는 만큼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짚은 것이다.
“우리끼리 뭉치자” 럽에선 ‘경제 정부’ 구성 제안까지 나왔다.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을 맡고 있는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21일 “명실상부한 ‘경제 정부’ 없인 유로존 지속이 어려울 것”이라며, 각국 정상급이 참여하는 경제 정부의 구성을 제안했다. 정치적 통합 정도에 비해 느슨한 유로존의 경제적 통합을 강화해, 규제 방안 마련 등 금융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자는 것이다. 유럽연합이 유로화란 동일 화폐를 사용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란 중앙 정책 기관을 두고 있지만, 저마다 개별 중앙은행을 둔 ‘이중적’ 경제 시스템 때문에 이번 금융위기 초기 공조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은 데서 나온 발상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사르코지는 역내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한 지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주가 하락에 따라 외국 자본이 싼값으로 역내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부펀드를 조성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사르코지의 이날 발언은 보호주의 부상에 대한 경계를 불러오기도 했다. 주제 마누엘 바로소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위원장은 이날 “이번 위기에서 개별 국가 홀로 탈출할 길은 없다. 세계화로부터 등을 돌려서는 안 된다”며 “금융위기가 유럽연합 내에 야기하고 있는 보호주의적 경향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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