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금융구제책 위기 해결 못해
미국식 투자은행 사실상 파탄
“한국 섣부른 환율개입 말아야”
미국식 투자은행 사실상 파탄
“한국 섣부른 환율개입 말아야”
“미국 구제금융법안으로는 금융위기가 해결되기 어렵다. 미국도 10여년 전 일본이 했던 것처럼 2차 자본투입이 불가피하다.”
1995~97년 일본 대장성 국제금융국장·재무관 시절 적극적으로 환율시장에 개입해 ‘엔고’의 방향을 엔저로 틀어놓으면서 국제적으로 ‘미스터엔’이란 별명을 얻은 사카키바라 에이스케(66) 와세다대학 교수. 일본의 대표적 국제금융통인 그는 “세계 동시 불황에 진입했다”며 미국발 금융위기 사태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의 지적처럼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8일 추가 공적자금 투입을 시사했다.
지난 7일 자신이 소장인 와세다대 인도경제연구소에서 만난 그는 한국 정부의 환율정책에 대한 질문에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시장의 움직임을 거슬러서는 환율을 움직일 수 없다”며, 섣부른 환율개입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후 최대의 위기, 즉 세계경제가 동시 불황의 입구에 들어섰다고 여러번 말을 했다.
“지금 금융위기는 투자은행 업무가 비지니스 모델로서 성립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 5대 투자은행중 3개가 없어지고, 2개는 은행의 지주회사와 제휴했다. 지난 10년 가량 세계 금융을 주도했던 투자은행이 사라지게 됐다. 유럽에서는 은행이 차례차례 무너지면서 은행간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은행들이 서로 믿지 못해 자금을 빌리고 빌려주는 인터뱅크 마케팅이 불가능해졌다. 중앙은행이 직접 (시중은행에) 자금을 빌려줘 가까스로 (금융체제를) 유지하는 상태다. 금융 시스템은 사실상 파탄에 가까운 상태다. 위기의 발단인 서브프라임 문제로 집값 하락도 멈추지 않는다. 집값 하락세는 적어도 2년간 계속될 것이고, 금융위기도 그 기간동안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강렬한 금융수축, 즉 대출 감축이 발생해 실물경제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미 유럽은 4~6월 마이너스 성장, 일본도 마이너스 성장이었고, 감세 효과가 비교적 먹혔던 미국도 성장률은 틀림없이 마이너스일거다.”
-그렇다면 미국의 7천억달러 규모의 금융구제책으로는 이번 금융위기가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인가?
“잠잠해질 수가 없다. 즉 구제책으로는 불량채권을 사들이는 것일뿐이다. 얼마에 사들이냐도 매우 중요하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까닭에 높은 가격에 매입하기 힘들다. 시가에 매입한다면 거꾸로 불량채권이 늘어나고, 은행의 자본이 부족해진다. 일본은 10년 전 불량채권 매입 계획을 세운 뒤 다시 은행에 자본을 투입했다. 미국도 언젠가 공적자금으로 은행에 자본을 투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세금으로 은행을 구하는 것이므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위기의 근본 배경은 미국식 금융시스템의 붕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 미국 금융버블의 붕괴이다. 특히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위기가 점점 확대돼서 붕괴됐다. “미국식 금융시스템은 강하고 절대적이다”는 믿음은 잘못됐다. 앞으로 어떤 모델이 나올지 모르지만 적어도 과거의 커머셜뱅크(상업은행) 모델로 되돌아가고 있다. 시중에서 돈을 모아서 레버러지(차입을 통해 큰 투자효과를 노리는 행위)를 걸어서 큰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은행 모델은 붕괴됐다. 일본 은행이 세계의 모델이 될 수 없겠지만 비교적 상처가 적은 것은 틀림없다. 미국 투자은행식 자금 운용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수적 운영이 결과적으로 잘됐다. 은행이 선두에 서서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은 역시 어딘가 이상했다. 금융이 실물경제를 뒤따라가는 것이 이제까지 상식이다. 금융이 일을 만들어내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다.” -한국은 통화 폭락 등 엄청난 피해를 직접 받고 있다. 원화 급락에는 오락가락한 경제책임자의 무원칙한 환율정책도 한몫했다는 비판도 있다. 한국의 경제 책임자 입장이라면 어떤 고언을 하겠는가. “결과적으로 보면, 한국 금융체제가 아시아외환위기 이후 미국식으로 바꾼 것이 잘못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세계 불황의 측면에서 보면 한국 경제 상황은 어쩔 수 없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로 피해를 받고 있다. 환율을 인위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시장과 연대를 취하면서 움직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시장을 거슬러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과거에 한 것은 시장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었지만 시장의 동향을 읽으면서 진행해야 했다. 어떤 나라든 마찬가지이다.” 글·사진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그렇다. 미국 금융버블의 붕괴이다. 특히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위기가 점점 확대돼서 붕괴됐다. “미국식 금융시스템은 강하고 절대적이다”는 믿음은 잘못됐다. 앞으로 어떤 모델이 나올지 모르지만 적어도 과거의 커머셜뱅크(상업은행) 모델로 되돌아가고 있다. 시중에서 돈을 모아서 레버러지(차입을 통해 큰 투자효과를 노리는 행위)를 걸어서 큰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은행 모델은 붕괴됐다. 일본 은행이 세계의 모델이 될 수 없겠지만 비교적 상처가 적은 것은 틀림없다. 미국 투자은행식 자금 운용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수적 운영이 결과적으로 잘됐다. 은행이 선두에 서서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은 역시 어딘가 이상했다. 금융이 실물경제를 뒤따라가는 것이 이제까지 상식이다. 금융이 일을 만들어내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다.” -한국은 통화 폭락 등 엄청난 피해를 직접 받고 있다. 원화 급락에는 오락가락한 경제책임자의 무원칙한 환율정책도 한몫했다는 비판도 있다. 한국의 경제 책임자 입장이라면 어떤 고언을 하겠는가. “결과적으로 보면, 한국 금융체제가 아시아외환위기 이후 미국식으로 바꾼 것이 잘못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세계 불황의 측면에서 보면 한국 경제 상황은 어쩔 수 없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로 피해를 받고 있다. 환율을 인위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시장과 연대를 취하면서 움직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시장을 거슬러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과거에 한 것은 시장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었지만 시장의 동향을 읽으면서 진행해야 했다. 어떤 나라든 마찬가지이다.” 글·사진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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