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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유엔총회 뒤덮은 ‘월가 먹구름’

등록 2008-09-24 20:51수정 2008-09-24 20:56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23일 63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23일 63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
‘공공의 적’ 된 부시 초라한 고별연설

각국 비난 속 “금융구제법안 통과 위해 협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고별연설은 초라했다.

임기만료 4개월을 남겨둔 부시 미국 대통령은 23일 임기중 마지막으로 선 유엔 총회 연단에서 “세계 경제에 파괴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융위기에 대해 미국 정부는 과감한 조처를 취하고 있다”며 거액의 구제금융 투입을 정당화하느라 바빴다. 그는 “나의 정부와 우리 의회가 7000억달러 규모의 금융구제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키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3년 유엔의 반대를 무시하고 이라크 침공을 감행하는 등 국제사회를 아랑곳하지 않는 일방주의 외교를 펼쳤던 세계 초강대국의 대통령이 이번에는 세계를 뒤흔드는 금융위기의 책임자로 비난을 떠안았다.

우방국들조차도 부시의 편에 서지 않았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개막연설에서 “소수의 한없는 탐욕이 만들어낸 짐을 모든 사람들이 떠맡도록 허용해서는 안된다”며 미국의 위기를 꼬집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책임지지 않고 자유를 누려온 미국식 자본주의가 위기를 불렀다”며 “1930년대 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한 이번 금융위기의 교훈을 새기고 규제받는 자본주의를 구축하기 위해 주요국 지도자가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1월 정상회담을 개최해 금융시장에 대한 국제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해 공감을 얻었다.


<뉴욕타임스>는 “월가발 먹구름이 올해 유엔 총회를 뒤덮었다”며, 자유시장을 받아들이라고 다른 나라에 설교하던 미국이 이제 스스로 처방하던 약(자유시장)을 거부하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고소함과 빈국 지원이 줄 것이란 우려, 미국의 ‘이중잣대’에 대한 분노가 교차했다고 전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기세등등 ‘미국의 적(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미 제국 종말의 길”

“대외 군사개입도 경제위기 원인”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연설한 뒤 각국 지도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뉴욕/EPA 연합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연설한 뒤 각국 지도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뉴욕/EPA 연합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가장 큰 비난을 받아온 지도자 중 한명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기세등등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23일 유엔총회 개막연설에서 “미국 제국이 종점에 다가서고 있다”며 미국을 향해 거침없는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월가의 금융위기는 일정 부분 미국의 대외 군사개입 때문”이라며 월가의 금융위기를 자신의 미국에 대한 비난과 주장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호재로 활용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부시 정권은 대선 승리를 위해 이라크와 아프간을 침공했다”며 “차기 미국 통치자는 미국의 간섭 범위를 자국 영토로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핵 개발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겨냥해 “몇몇 골목대장 나라들이 정치·경제적 압박을 통해 이란의 평화적 핵 이용을 막으려 한다”며 “이란은 약자를 괴롭히는 행태에 끝까지 저항해 권리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마디네자드는 앞서 22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지난 수십년간 역대 미국 정부가 전 세계에서 벌인 무력충돌과 군사개입은 미국 경제에 막대한 비용 부담이 됐다”며 “차기 정부는 부시 대통령의 ‘힘의 논리’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 경제는 더 이상 미국 안에서 미국 정부에 의해 발생한 재정적자와 금융 압박을 묵인해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주요 5개국 중앙은행과 협력하고 천문학적 구제금융을 투입하는 등 위기 타개에 나선 데 대해서도 “미국이 세계의 나머지 지역을 대결의 장으로 삼고 있는 것을 볼 때, 정책이 좋은 결과를 맺을 것 같지 않다”고 냉소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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