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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 대테러전 파키스탄서 역풍

등록 2008-09-16 19:05수정 2008-09-17 02:39

대터러전선 파키스탄 확대
대터러전선 파키스탄 확대
텔레반 소탕 위해 국경 침범…파키스탄군과 충돌
반미감정고조…무슬림 청념 무장단체 가입늘어
‘테러와의 전쟁’의 교두보이자 약한 고리인 파키스탄의 위기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미군이 파키스탄 정부의 허가없이 파키스탄 국경을 무단 침범해 탈레반 소탕작전에 나서자, 파키스탄이 강력반발하는 등 파키스탄 접경지역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아프간 주둔 미군의 헬리콥터들이 15일 파키스탄 영공을 침범해 군사작전을 시도하다 파키스탄 국경수비군의 대응사격을 받고 물러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영국 <비비시> 방송도 이날 미군의 공격헬기 7대와 병력수송 치누크 헬기 2대가 아프간 국경지대에 착륙한 뒤 지상군이 파키스탄의 남와지리스탄 쪽으로 월경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파키스탄 국경검문소 군인들의 공중사격을 받고 돌아갔다고 이 지역 관리들의 말을 따 <비비시>는 보도했다.

미군이 파키스탄의 반미저항세력이 아닌 정부군으로부터 총격을 받기는 처음이다. 미군과 파키스탄 당국은 사건 자체를 부인했으나, 현지 목격자들은 총격이 수시간이나 지속되고 주민들이 소개됐다고 증언했다.

미군의 월경 공격이 실패한 곳은 파키스탄 연방직할부족지역(FATA) 내 남와지리스탄의 앙고라 아다로 알려졌다. 남와지리스탄에선 지난 12일에도 미군 무인기의 공격으로 12명이 숨지자 주민들이 격렬한 반미 시위를 벌였다. 파키스탄 군 당국도 “미국의 공격적 정책이 탈레반과 부족 단결시켜 무장저항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군의 파키스탄 국경지대 공습은 지난달 중순 이후에만 최소 7차례에 이를만큼 부쩍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조지 부시 대통령이 지난 7월 미군 특수부대가 파키스탄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파키스탄 영토 안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비밀리에 허가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이미 수년 전부터 원격조종 무인비행기를 이용해 파키스탄 영토 내 무장세력에 미사일 공격을 해왔다. 아프간 주둔 미군이 파키스탄 영토 안에 지상군까지 투입해 군사작전을 감행하는 것은 알카에다와 탈레반 등이 이 지역을 거점 삼아 게릴라식 무장공격을 지속하면서 미군의 공세를 무력화하고 있는 데 대한 조바심 때문으로 풀이된다.

알카에다는 북와지리스탄과 바자우르를, 파키스탄 탈레반은 남와지리스탄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키베르는 현재 아프간 주둔 연합군에 공급되는 연료의 85%가 수송되는 전략지역이지만 무장세력의 주요 공격대상인데다 이슬람 수니-시아파간 종파갈등이 극심해 파키스탄 정부의 치안통제력이 전혀 미치지 않는 지역이다.

파키스탄 영자지 <더뉴스>는 15일 최근 아프간 주둔 미군의 공격이 잇따랐던 파키스탄 북서변경주 남쪽의 연방직할 부족지역에서 무슬림 청년들 사이에 반미 감정이 고조되면서 무장단체에 들어가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대테러 전쟁의 전선을 이라크에서 아프간으로 옮긴 미국이 파키스탄 접경지역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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