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미군의 본격 철군은 사실상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어갔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9일 워싱턴 소재 국방대학 연설에서 “이라크 주둔 미군 전투부대의 규모는 임기를 마칠 때까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9일 보도했다. 백악관이 8일 미리 공개한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 초안에는 내년 2월까지 이라크에서 8천여명의 미군을 철수시키고, 아프간에 4500명의 병력을 증파한다는 계획도 담겨 있다.
이는 엄밀히 따져보면 적극적 철군이라기보다 자연 감축에 가깝다. 오는 11월이 복무 기한인 해병 1개 대대 병력 1100명이 본국으로 귀환할 예정이지만, 대체 병력은 투입되지 않는다. 육군 1개 여단 4000명과 3400여명의 지원병력도 내년 2월까지 이라크를 떠난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라크 주둔군의 감축과 ‘성공적 귀환’ 정책이 가능해졌다”면서도 “우리는 이라크에서 멋지게 해냈지만 (임무를) 더 지속해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어정쩡한 태도는 자신의 임기가 석 달밖에 남지 않은데다,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 후보가 철군에 상반된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계획은 내년 1월 버락 오바마 또는 존 매케인 후보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전시병력 운용 문제를 다뤄야만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도 9일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할 것이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은 단순히 ‘남느냐, 떠나느냐’보다 훨씬 복잡한 것”이라고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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