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프 알리 자르다리(55)
부패정치인 이미지 ‘일시 극복’
‘부패’ 혐의로 10년 징역살이를 한 신출내기 정치인이 막강 권력의 대통령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55) 파키스탄 인민당(PPP) 공동의장이 6일 대선에서 상하 양원과 4개 지역의회의 유효표 702표 중 3분의 2가 넘는 481표를 얻어 가뿐하게 승리했다고 파키스탄 일간 <새벽>이 보도했다.
자르다리 당선자는 지난해 12월 암살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남편이다. 그의 이력은 온갖 비리와 의혹과 추문으로 얼룩져 있다. 남부 신드주의 지방 명문가 출신인 그는 1987년 부토 전 총리와 결혼하기 전까지는 무명의 사업가였다. 그는 부인이 총리로 재임하던 90년 공갈 혐의로 3년 옥살이를 했으나, 출감 직후 연방 하원의원과 환경부 장관을 지내면서 정계에 데뷔했다. 그러나 부토 전 총리가 두 번째 임기(93~96년) 중 부패 문제로 실각하면서 함께 퇴출됐고, 이후 부패와 독직 혐의로 97년부터 7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정부 사업 등 이권에 개입해 계약액의 10%를 챙기면서 ‘미스터 10%’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또 부토 남형제의 미심쩍은 피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으며, 부패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는 정신장애를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부토 전 총리가 총선 유세 중 암살되자, 자르다리는 동정여론에 힘입어 파키스탄 인민당 당권을 장악하고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정계 실세로 떠올랐다. 그의 당선에 대해 파키스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무엇보다도 그에게 짙게 드리워진 부패 이미지와 부토의 그림자를 지우는 게 시급하다. <새벽>은 “제2당인 파키스탄 무슬림리그―나와즈(PML-N) 당수 나와즈 샤리프와의 정치적 합의 파기로 신뢰도가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그의 대통령직은 결코 편안한 권좌가 될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연정 붕괴로 갈라진 정치권,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득세, 인접국인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벌이는 대테러전, 열악하기 짝이 없는 경제사정 등 풀어야 할 과제들도 산더미다.
<뉴욕 타임스>는 7일 “자르다리의 당선은 이 지역에서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뿌리 뽑으려는 미국의 노력에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자르다리가 친미 성향의 무샤라프와 부토의 대안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대변인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대테러전 등 양국의 중요한 공통 사안들에 대해 자르다리 당선자와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는 짤막한 논평만 내놨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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