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연정 붕괴·대규모 민간인 사망
아프가니스탄에서 긴급구호활동을 하는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은 지난주 미군 전투기 공습으로 무려 9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2001년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이 아프간에서 군사작전을 시작한 이래 최악의 민간인 피해다.
유엔지원단은 지난 22일 아프간 서부 헤라트 지역에 대한 미군 공습으로 수십명의 민간인이 숨졌다는 현지인들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인권팀을 현지에 급파했다. 카이 에이데 유엔지원단 특별대표는 “다수의 목격자들의 증언과 현지 실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어린이 60명과 여성 15명을 포함해 9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미군은 이번 공습으로 탈레반 반군 30여명이 죽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가, 이날 어린이 3명과 여성 2명이 사망자에 포함됐다고 인정했다. 카불 북부 바그람의 미군 기지 당국자는 <아에프페>(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숨진 여성과 아이들도 이번 작전의 타깃이었던 반군 지도자 뮬라 사디크의 가족들이라고 믿는다”면서 민간인 사망설을 사실상 부인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아프간군과 외국군이 21일 밤늦게 마을에 들어와 수시간 동안 공습을 곁들인 군사작전을 벌였다고 주장한다. 아프간 정부는 유엔지원단의 발표에 앞서 25일 긴급 각료이사회를 열어, 미국과 나토군에 대해 △민간인 공습 △무단 가택수색 △불법 구금을 중지하고 ‘외국군 지위(status of force)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요구했다.
<에이피>(AP) 통신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22일 민간인 피해를 제외하고도 올해 들어서만 적어도 705명의 아프간 주민들이 희생됐다. 536명은 무장세력에 의해, 158명은 다국적군에 의해, 그리고 11명은 양쪽 간 교전으로 숨졌다. 미국으로선 최근 파키스탄 연정붕괴로 대테러 전선에 구멍이 뚫린데 이어, 아프간 민심 악화가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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