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즈 샤리프 전 파키스탄 총리가 25일 자신이 이끄는 파키스탄무슬림리그-나와즈(PML-N)의 연정 탈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 도중 손짓을 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AP 연합
‘친서방’ 인민당 힘빠져…탈레반 등 공격·난민 급증
미국 “관계 지장없다” 불구 아시아·중동 전략 차질
미국 “관계 지장없다” 불구 아시아·중동 전략 차질
파키스탄 집권 연정의 붕괴로 미국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빠져 드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나온다.
연정 붕괴는 단순히 원내 제1,2당인 파키스탄인민당(PPP)과 파키스탄무슬림리그-나와즈(PML-N)가 갈라섰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의 사임에 이어 친서방 성향의 인민당까지 힘을 잃으면서 미국의 ‘동맹 정권’이 사라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탈레반과 알카에다 등에 맞선 대테러전선의 전초기지 상실과 러시아·중국을 겨냥한 서남아·중동 전략에도 차질을 빚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둬야 할 형편이다.
연정붕괴 직후 미국은 이번 사태가 ‘대테러전쟁’을 위한 양국의 공동 노력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논평을 냈다. 로버트 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연정 붕괴는 전적으로 파키스탄 국내 문제”라며 “탈레반 등 무장세력과의 싸움에서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아에프페>(AFP)통신이 26일 전했다.
최근 들어 파키스탄 내 탈레반의 무력 저항은 한층 거세졌다.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인 북서부 스와트 밸리에서 정부군과 무장세력이 지난 22일부터 교전을 벌여 모두 60여명이 숨지는 등 지난 주에만 파키스탄에서 자살폭탄 공격으로 100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 <워싱턴포스트>는 26일 “최근 몇 주일간 파키스탄 정부군과 탈레반 반군과의 교전을 피해 수천명의 난민이 아프간 동부의 접경지역으로 몰려들어, 갈수록 분쟁이 늘어나는 이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작전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파키스탄의 향후 권력창출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중립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조지 부시 행정부는 이번에 연정을 탈퇴한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차기 지도자가 되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는 표정이다. 친 서방 성향인 인민당의 자르다리와 달리 피엠엘엔이 이슬람주의 세력에 선이 닿았다는 의혹도 있기 때문이다. 피엠엘엔은 25일 사이두즈 시디키 전 대법원장을 대선 후보로 내세웠다. 1999년 무샤라프 전 대통령의 쿠데타 당시 시디키는 쿠데타 인준을 거부하다가 대법원장직에서 쫓겨났다. 신망과 존경이 높아 자르다리의 유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또다른 동맹자를 찾는 것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테레시타 샤퍼는 26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우리 편’을 심어두는 것이 파키스탄에선 통하지 않는 전략이라는 점을 아직도 배우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누가 ‘우리 편’이 되든 그가 그 곳의 유일한 세력은 아니며, 미국이 ‘우리 편 만들기’ 관점을 지속한다면 파키스탄에서 더 많은 다른 세력들과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남아시아의 대국 파키스탄의 정국이 혼미할수록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고민도 덩달아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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